통행자 부담 원칙·MRG 등 후유증 적잖아

61.68㎞.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구간과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서창~계양~김포 간 고속도로, 문학~도화 지하터널을 합친 길이다. 인천시가 최근 '교통주권' 정책에서 제시한 이들 도로는 모두 민자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문학터널 등 이미 민자도로로 운영되고 있는 59.84㎞를 합치면 121.52㎞에 이른다. 인천에서 천안까지 가는 거리(약 110㎞)보다도 긴 도로가 시내에서 민자로 운영되는 것이다.

▲시민 주머니 터는 통행자부담원칙

민자도로는 2000년 인천공항고속도로부터 시작됐다. 1994년 민간투자사업법이 제정된 이듬해 최초로 민간 자본 투입으로 건설되면서다.

민간 자본으로 지어진 도로는 정부·지방 재정으로 건설된 도로보다 높은 통행료를 낸다. 민간 운영 주체가 수십 년간 운영하며 건설비와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만 해도 한국도로공사 요금에 견주면 2.2배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속도로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요금의 차이만 보이는 고속도로와 달리 터널이나 교량은 민자가 아니었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통행료를 내야 한다. 바다나 산을 가로지른 길이라 선택지도 별로 없다. 인천에선 2002년 문학터널을 시작으로 원적산터널, 만월산터널과 2009년 인천대교가 잇따라 민자로 들어섰다.

민자도로에는 '통행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다. 도로를 이용하는 만큼 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세수 감소와 경기 침체를 이유로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민간 투자 사업을 늘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자로 하면 정부 재정에 기대는 것보다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며 "통행료 부담이 있지만 도로 개통이 주변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자 선택이 남기는 30년 후유증

민자도로는 통행자에게만 짐을 지우지 않는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 때문이다.
MRG는 민자도로 통행료 수입이 예상치보다 적을 때 사업자에게 약정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MRG는 2009년 폐지됐지만 인천공항고속도로처럼 그 이전에 건설된 도로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민자 건설은 지역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영종도와 시내를 잇는 길은 민자도로인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인천대교뿐이다. 영종지역 주민 5만9951명(2014년 기준)은 비싼 통행료를 지불해야만 시내를 오갈 수 있다.

시는 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간 100억 원에 가까운 통행료를 지원해왔다. MRG로 민간 사업자에게 주는 돈 외에도 주민 부담, 통행료 지원 등이 따르는 것이다. MRG는 주민 숙원 사업인 제3연륙교(영종~청라) 건설의 발목도 잡고 있다.

문학·원적산·만월산터널은 2014년 시가 사업재구조화를 통해 민간 운영기간 동안 약 6000억 원으로 예상됐던 재정 지원 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시는 짧게는 2022년, 길게는 2035년까지 이들 민간사업자에게 2000억 원대 지원금을 줘야 한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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