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진짜 가짜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초짜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물었다. "그건 간단하지." 선생의 대답에 귀를 세웠다. 그 방법이 바로 내가 세상살이의 지침이라고 하는 그것이었다. "우선 그 골동을 사다놓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걸세." "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중략) 아까운 돈을 투자한 도자기를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결국 싫증이 나는 것과 싫증이 안 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싫증이 나는 것은 가짜일 공산이 크다. 아무리 지켜봐도 싫증이 나지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인 것이다. -윤후명 산문집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윤후명 소설가는 산문집에서 맹자의 '존구자명(存久自明)'을 이야기 한다. 오래되면 스스로 밝아진다는 말이 그것이었다. 오늘 아침, 새얼문화재단에서 <가곡과 아리아의 밤> 공연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그 존구자명을 떠올렸다. 제33회가 그러했다. 1984년부터 매년 봄에는 <국악의 밤>을, 가을에는 <가곡과 아리아의 밤>을 개최해왔음을 33년이라는 숫자가 말하고 있었다. 1975년 장학재단으로 설립해 지금의 문화를 선도하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시민 후원금으로 운영해나가는 재단은 새얼문화재단이 유일할 것이다.

얼마 전 청학동 마을 한가운데 있는 오백년이 넘은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본 적이 있었다. 다른 지자체 축제와 달리 <마을과 이웃>이라는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모든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었다. 다른 동네에는 사라진지 오래인 마을공동체가 이 마을에 남아 있는 이유가 느티나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얼문화재단이 그 느티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재단은 오랜 시간,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인천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뻗어왔다. 이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느티나무와 같은, 새얼문화재단과 같은 구심이 필요한 때이다. 골동은 오래도록 지켜보아 싫증이 나지 않아야 진짜라는 말을 되새긴다. 새얼문화재단이야말로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인천의 안녕을 걱정하고, 문화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온, 스스로 불을 밝히는 '진짜'가 아닐까.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