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교육에서 보상적 평등주의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잠재능력을 잘 타고 났거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순전히 '자연에서의 복권당첨'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권을 잘 못 뽑아 불리해진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미국에서는 약자보호정책(Affirmative Action), 한국에서는 농어촌학생 특별전형·기회균등선발제·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제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은 18%라고 발표했다. 올해 국감 현장에서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기회균형선발 제도 등이 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에서의 평등정책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잠재능력과 발전가능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시각이 팽배하고 있다. 개인의 교육환경이 성공에 더 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능력과 노력만으로 사회적 지위와 신분 이동이 가능한 시대였다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특정계층 출신 자녀들의 특목고 입학이 두드러지고 있는 등 교육 분배에 있어서도 지역별, 계층별 차이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 중반 기능주의의 대표 주자였던 파슨스마저도 "이제 자수성가의 전설은 점점 더 들어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기회가 개인의 지적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지역인재를 고루 선발하겠다는 취지의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반수 이상이 수도권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업성취가 상대적으로 높아 이 제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서울대의 본래 주장도 현실과 맞지 않게 됐다.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해라' '돈도 실력이다'라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학생의 주장이 교육 불평등 현상을 대변하고 있는 시대이다. 망국을 부추기는 미친 짓이다.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사람들은 '망할 새끼'라는 세태도 충격이다. '부모 잘 못 만난 게 죄'인지 비선 실세 의혹에서 이것부터 해명해야 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