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m 전면 점형블록 설치' 규정 제외 부적합 재질·비규격 볼라드만 정비 … 뒤늦게 적용
경기도가 인도 내 차량 진입을 막는 시설물인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인 볼라드(bollard)의 설치 및 단속시 주민 안전관리는 무시한 채 제멋대로 정비 기준을 적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올해 1~3월 도내 볼라드 전수조사에서 현행 기준인 '0.3m 전면에 시각장애인 충돌방지를 위한 점형블록 설치'를 무시하고, 부적합한 재질과 비규격 볼라드만 조사·정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해 7월말 기준 도내 부적합 볼라드는 지난해 4069개(전체 10만7093개) 대비 394%가 증가한 2만122개(전체 10만4693개)로 나타났다.

이 같이 1년 사이에 부적합 볼라드 수의 5배 가까이 늘어난데는 색의 퇴색, 훼손, 재질·탄성기준 부적합(204개) 등 기존 설치기준에 시각장애인 충돌방지 점형블록 미설치(1만9918개)를 올해 7월말 기준에 뒤늦게 포함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령 제120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볼라드의 설치기준인 높이 80㎝~100㎝, 지름 10㎝~20㎝, 간격 1.5m 안팎, 충격 흡수 재료, 밝은 색 도료 사용 외에도 '볼라드 전면 0.3m에는 시각장애인이 충돌 우려가 있는 구조물이 있음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점형블록을 설치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도와 일선 시·군은 그동안 당연히 포함해야하는 시각장애인 보행안전용 점형블록 설치는 비용이나 인력 문제로 무시한 채 볼라드의 재질과 규격 위주로만 조사하고 정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기준에 따라 지난해 부적합 볼라드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된 수원시, 고양시, 화성시, 오산시 등은 올해 7월말 기준으로 부적합 볼라드가 각각 수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도는 2014년에는 부적합 볼라드(2만63319개)만 조사하고 도내 전체 볼라드 개수 파악은 하지 않는 등 부실한 관리 실태마저 보였다.

특히 도는 올해 7월 재질과 비규격으로 부적합한 볼라드 2만6319개의 정비를 완료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안전한 보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안전에 취약한 시각장애인의 안전보행용 점형블록 미설치는 포함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새롭게 택지개발을 한 곳에는 볼라드 주변에 점형블록을 설치했겠지만, 오래된 구(舊)시가지까지 만족시키기 힘들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블록은 비용, 인력 문제 등으로 신경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도내 볼라드 전수조사에서 많은 민원이 들어오는 충격 완화효과가 적은 부적합 재질과 규격 미달 중심으로만 점검하고 시각장애인 관련 기준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준을 적용하니 올해 부적합 볼라드가 늘어나게 됐지만 이들 모두에 점형블록을 다 설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