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배를 탔다. 요즘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고기잡이배 '선광호'를 탔다. 유동진(71), 강영자(65) 부부는 화수부두에서 5년 동안 목선(木船)을 스스로 만들었다. 그 이야기가 올 초 KBS <인간극장>에서 '노인과 바다'라는 타이틀로 방영되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2탄 '노인과 바다, 그 후'가 방송되었다. 어부 부부는 부두 한쪽 구석에서 자신의 배를 만들었다.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데다 큰 장막을 치고 있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다. 3년 전 그 작업 현장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이는 인천사랑시민협의회 前 사무처장 김애란 씨다.

부부는 그녀에게 완성된 '선광호'를 꼭 태워주고 싶다고 했단다. 고마움의 표시였다. 지난 화요일에 출항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필자는 간청해서 그 배를 함께 탔다. 화수부두를 떠난 배는 40분 남짓 물살을 가르고 나가서 닻을 내렸다. 고등어를 미끼로 낀 주낙을 내렸다. 그리곤 시동을 끄고 때를 기다렸다.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작약도다. "그래, 여기에 작약도가 있었지." 해무에 살짝 가려진 섬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방갈로 흔적과 등대 머리가 보였지만 인적은 없었다.

이 섬의 전성기는 1960년대였다. 한강에서 수영이 금지되자 서울 사람들이 작약도로 몰려들었다. 1968년 연간 방문객수는 월미도유원지(2만5000명) 보다도 많은 3만5000 명이었다. 이후 동립산업, 한보개발, ㈜원광, 진성토건 등으로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개발 청사진만 남발되었다. 뱃길마저 닫히면서 행락객의 발걸음이 완전히 끊어진 채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이 섬은 물치도, 우디아일랜드, 보아제 등 바뀐 이름만큼이나 갖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평당 이야기 밀도'로 치면 인천의 섬 중 으뜸일 것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인천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색다른 각도가 나온다. 이런 섬이 우리 곁에 있다. 작약도 활용 방안에 대해 인천시와 동구는 다각적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인(愛仁) 섬 만들기' 프로젝트에 매력덩이 섬, 작약도가 빠져서는 곤란하다. 선광호의 '풍어'를 빈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