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관한 찬/반은 토론의 단골 주제였다. 예전에는 낙태 문제가 찬성/반대의 '선택'적 차원에서 논의되던 것이라면 이제는 법적 금지라는 '제도'적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인 듯하다.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낙태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법적 금지가 가해진 낙태는 선택의 여지없이 '강제'되는 사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제도'적 차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과연 처벌의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법적 '금지'는 그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처벌을 가한다는 의미이다. 이때 아무런 근거 없이 처벌되지는 않는데, 타인의 자유 및 권리를 침해한 것에 관한 일종의 '책임'으로서 처벌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낙태 금지'는 타인의 살 권리, 생명에 대한 존엄 및 그에 대한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의 처벌의 성격을 띤다.

낙태가 생명 존중 및 자유 침해에 대한 책임의 차원에서 처벌 행위로 간주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유를 침해한 누군가에게 '근본적인 책임'을 묻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예컨대 낙태를 하지 않는 이유가 생명 존중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단지 '불법'이기 때문이라면 (낙태가 불가하여) 아이를 낳는 것은 어떠한 처벌의 성격을 가질 수도, 책임을 지는 행위로 간주될 수도 없다.

게다가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법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라면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제도적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이다.
국가가 낙태 금지를 법적 제도화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가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테면 국가는 낙태 금지법에 따라오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태 금지법'과 관련하여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나 의도치 않게 태어난 아이가 국가에 의해 어떤 식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언급은 없다.

낙태 금지법은 단지 제도적 시각에서 살펴보더라도 결함이 많다. 그저 금지를 위한 금지법은 어떤 해결책도 될 수 없음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낙태금지 #책임과처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