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 또꽤닮았소 /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시인 이상의 시 <거울> 중 일부.

최근 SNS에 '#그런데 최순실은?'이라는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런데'만 쳐도 연관검색어 1순위로 '그런데 최순실은'이 올라와 있다. 이 운동을 제안한 SBS 김형민 PD는 각종 뉴스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흐지부지 만들고 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한 것이라 했다. 최순실과 관련해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800억 모금 의혹만으로도 국민들은 뒤로 나자빠지겠는데 점입가경으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의혹과 특혜들을 보면서 권력과 자본의 어마무시한 힘 앞에 압사당할까 두려울 지경이 되었다. 오죽하면 이제는 '최순실 게이트 총정리'라는 기사까지 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와 같은 수업을 들었던 이화여대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레포트를 쓰기 위해 수많은 밤을 새웠던 경험을 적으며 "이런 노력 끝에 얻게 된 학점을 정유라씨는 어떻게 수업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최소 B 이상을 챙겨갈 수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노력'이라는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그렇다. 우리는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다. 그것이 바른 길이라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 이런 믿음 앞에 찬물을 끼얹고 얼음벽을 쳐서야 되겠는가. 미래를 이야기 하고 희망을 노래하라 하지만 맥이 빠져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신뢰를 생각한다. 더 이상 국민이 분노로 좌절하지 않도록 거울 앞에 서야 한다. 거울 앞에서 화장을 지우고 장신구를 다 빼고 맨 얼굴을 들이밀고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어떤 주름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표정은 어떤지, 기미 죽은깨는 없는지, 가리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의 민낯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흉측한 마녀의 몰골은 아닌지 똑똑히 봐야 한다. 더 이상 '나라를 위해서'라는 말로 고귀한 애국 먹칠하지 않아야 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