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없는 서구 '서희학교' 예정
'스마트시티' 개발사업 탓 개교 연기
2000명 청원서 제출 … 시 "방법 모색"

인천 서구에 거주 중인 A군은 불편한 몸으로 2시간이 넘는 통학 길에 오른다. 거동조차 힘든 A군이 인근에서 교육을 못 받는 이유는 인근에 '학교'가 없어서다. A군이 서구에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도 3년 후에나 가능하다.

인천시가 발표한 '스마트시티'사업으로 검단에 예정된 서구 특수학교 설립이 늦어질 것이란 소문이 팽배했다.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물론 지역 교육계가 시의 개발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급기야 서구와 계양구 지역 주민 2000여명은 2019년 3월 서구에 특수학교가 문을 열게 해달라고 시에 청원을 제출했다.

이들은 "3년 후 서구 특수학교가 세워질 것이란 희망으로 버텼지만 얼마 전 특수학교 설립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겠다는 부모들의 소박한 바람이 지나친 욕심인가"라고 밝혔다.

현재 서구 거주 학생들의 공립 특수학교 진학률은 16.6%에 불과하다.

인천지역 특수학교는 포화상태다. 남동구 미추홀학교 48학급, 연수구 연일학교 44학급, 계양구 인혜학교 43학급 등이 운영 중이지만 당초 이들 학교는 26학급으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시교육청은 "인천 특수학교 7개교의 지역적 편중이 커 장애학생들이 왕복 2~4시간 가량 걸려 통학해야 해 불편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와 시교육청은 2017년 동희학교(청선학교), 2018년 남희학교(청인학교), 2019년 서희학교 설립 계획을 세웠다. 현재 동희·남희학교는 건설이 한창이다.

하지만 서희학교 설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시가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시티 개발사업 때문이다. 서희학교가 들어설 서구 당하동 일대가 스마트시티 사업 대상지여서 시가 계획 수립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시는 최근 "서희학교 대상지는 검단 3단계 지역으로 이 곳은 2020~2023년 개발 예정"이라며 "아직 학교 설립 시기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반면 시교육청은 "2019년 3월 서희학교 건설을 위해 정부 투자 절차까지 마쳤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부지 제공에 대해 최우선 순위로 여긴다"며 시 입장에 당황했다.

그러다 서구·계양주민들이 22일 민원을 제기했고, 23일 2000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하자 시가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했다.

시와 LH, 시교육청, 인천도시공사는 26일 서희학교 설립에 대해 회의를 열고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댔다. 다행히 시가 한발 물러났다. 서희학교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희학교 건설은 LH와 합의가 끝났고 시의회 승인만 남은 상태"라며 "시는 서희학교 개교 연기 등의 방침을 접고 이제라도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