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주변 편의점 즐비 … 매표 '미끼효과' 급감
보행편의 이유 구조변경 어려워 "생계 유지 막막"
▲ 인천 중구 동인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20여년간 버스 매표소를 운영 중인 허기호(83)씨가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허씨는 "손님들이 버스카드를 1만원 충전하면 고작 70원 남아 하루 1만원을 벌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시내버스 매표소는 편의점에 먹힌 또 하나의 재물이죠."

인천 부평구에서 시내버스 매표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편의점을 '괴물'이라 불렀다.

A씨 매표소 주변에 몇 년 새 편의점이 3곳이나 들어섰다. 편의점들끼리도 경쟁이 붙어 손님들을 다 잡아먹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A씨 얘길 들어보면 교통카드 충전이 하루에 2~3건 밑으로 준 건 벌써 3년도 더 된 얘기다.

버스 토큰이나 종이표 팔던 시절도 그랬지만 사실 교통카드 충전 자체로 생기는 마진은 없다고 봐야 한다.

매표소 몫의 수수료가 워낙 적어 영수증 값도 안 나오는 게 관련 유통 구조다.

하지만 교통카드 충전을 포함해 '매표'는 버스 매표소가 갖고 있는 최고의 미끼 상품이다. 이 손님들은 담배와 껌, 음료수 등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얘기지만 이 3개 항목 1일 매출이 50만원에 가까웠던 호시절도 있었다.

A씨는 "얼마 전 추석 연휴에는 하루 5000원 손에 쥐었습니다. 매표소는 신규 허가도 힘들어 비싼 값에 거래되곤 했는데, 이젠 옛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매표소를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제품도 다양하고 깔끔한 편의점이 몇 발자국만 떼면 즐비한데 굳이 매표소 찾을 일이 준 것이다.

A씨에게 도로점용허가를 내준 부평구에 따르면 현재 부평지역에서 영업 중인 버스 매표소는 36곳이다. 인천시가 1998년 신규 허가를 억제하란 지침을 내린 이후 그 숫자는 매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부평구 설명이다.

도로점용허가 개념이 흐릿하던 시절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주로 구두 수선이나 물건을 팔던 이들이 사업자로 선정돼 왔다. 지자체에 한 해 내는 자릿값(점용료)은 20~40만원 수준이다.

편의점은 자본력을 기반으로 계속 진화하며 그 수가 늘고 있지만 버스 매표소는 보행자 편의 등을 이유로 구조 변경도 쉽지 않다.

시와 부평구에 따르면 가로환경과 보행편의 등을 이유로 버스 매표소 임의 구조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목적 외 음식물 조리 판매도 금지 규정이다. 일부 매표소에서 가판대를 확장해 길거리 음식 등을 판매하는 것은 관련법상 불법인 경우가 많다.

인천지역에서 20년 넘게 버스 매표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일부 지자체에선 도시미관 저해 시설로까지 보고 규제하고 있어 편의점과 맞서 싸워 이길 승산이 없다"며 "1평(3.3㎡)도 안 되는 가게에 앉아 산 인생인데, 이거 망하면 먹고 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