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인천지법 판사가 소포를 받은 건 올해 4월1일.
발송인은 자신의 담당 재판부에서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 A(61)씨였다. 김 판사는 바로 뜯지 않고 엿새 뒤 열린 공판에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검사·변호사도 지켜봤다.
소포 안에는 우표 605장이 든 우표책 4권, 100원짜리 옛날 화폐 1장, A씨가 쓴 책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A씨가 인터넷을 검색해 김 판사의 취미를 알아낸 뒤 서울의 한 우체국에서 소포를 보낸 것이다.
그는 작년 9월 인천 모 축협 임원선거를 앞두고 축협조합 대의원 58명에게 158만원 어치 선물세트를 보내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당시 김 판사는 재판정에서 "제 취미가 우표 수집이라는 걸 알고 우표책을 보냈나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A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후 A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당했다.
26일 인천지법 형사12부(장세영 부장판사)는 뇌물공여·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 인천 모 축협 상임이사 A(61)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행위는 공정한 법 집행을 훼손하는 범죄다"라면서도 "담당 판사의 고발로 피고인의 시도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또 깊이 반성한 점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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