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선 해안가 … '가을 트래킹' 제맛
▲ 한국 전쟁 뒤 60여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덕포진 둘레길은 과거에는 어민들의 길로, 최근까지는 군인들의 순찰로로 사용되다 개방된 이 길은 대명항에서 시작돼 문수산성 남문까지 14㎞에 달하는 평화누리길의 첫길이다. /사진제공=김포도시공사

해질무렵 낙조가 일품
수도권 일일 관광코스
덕포마을 교육박물관
추억여행의 숨은매력


김포하면 떠오르는 것은 쌀이다. 옛부터 김포가 쌀의 고장으로 불렸던 것은 한강하구에 위치해 비옥한 농토에서 한해 걱정 없이 임금님 수랏상에 오를 정도의 밥맛 좋은 쌀농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북쪽으로는 임진강과 합류하는 한강 하구, 서쪽으로는 강화도 사이를 흐르는 서해바다 일병 염화강변까지 넓게 퍼진 김포평야는 가을 수확철만 되면 황금물결로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한국 전쟁 뒤 김포평야 둘레로 북한군의 침투에 대비해 군 철책선이 설치됐고 철책선으로부터 일정 구간이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이 구간은 60여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서해 염화강을 사이에 두고 강화도를 마주하고 있는 대명항(대곶면)에서 문수산성(월곶면)까지의 옛길이 다시 열리면서 이곳은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일일 관광코스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어민들의 길로, 최근까지는 군인들의 순찰로로 사용되다 열린 이 길은 대명항에서 시작돼 문수 산성 남문까지 14㎞의 평화누리길 첫길이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김포 쪽 해안가를 따라 설치된 철책을 따라 가다보면 염화강과 건너편 강화도의 해안가가 한 눈에 들어와 긴장감과 평화로움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길이 시작되는 대명항은 김포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옛부터 대명포구로 불려 왔던 대명항은'대망(이무기)'처럼 바다를 향해 굽이져 있다고 해서 대망고지, 대명꾸지, 대명곶으로 불렸다.

이곳은 강화도 연안에 마주한 유일한 항으로 아름다운 바다경치를 만끽할 수 있어 '한국관광공사 추천 겨울바다 7선'에 꼽히기도 했다.

바다에서 갓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어판장이 있는 대명항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황인상 김포도시공사 공원관리팀 함상공원파트 부장

62년간 바다를 지키다 퇴역한 상륙함(LST)을 리모델링해 만든 함상공원이다. 영상관, 선실재현, 홍보관, 한주호 준위 추모관, 전시관을 둘러보면 안보의 필요성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상갑판을 지나 조타실, 전탐실, 함교에 올라서면 서해바다의 정취를 한눈에 느끼게 된다. 상륙함 밖에는 해상초계기, 수륙양용차, 단정과 같은 볼거리도 전시돼 있다.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해 전통놀이(윷놀이, 굴렁쇠, 제기차기, 투호 등)체험, 어린이 놀이기구(멜로디 팻)도 갖춰져 있어 한 곳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함상공원의 야외 분수대를 뒤로 하고 평화누리길을 조금 걷다 보면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치열했던 전쟁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사적 제292호인 덕포진을 만날 수 있다. 강화만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인 손돌목에 설치된 조선시대 군영인 덕포진은 강화도에 설치된 덕진진을 염화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볼 수 있다. 덕포진에서 바라 본 석양도 일품이다.

6.5㎞의 덕포진 둘레길을 걷다보면 몽고의 침입을 피해 강화로 파천(播遷)한 고려 고종의 뱃길을 안내하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손돌공의 묘를 마주하게 된다. 주변 덕포마을에는 60년대 이후 학교 현장에 사용됐던 각종 교육자료를 모아 만든 교육박물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풍금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며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추억 여행도 가능하다.

주말이 아니어도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가족과 연인이 아니어도 혼자라도 한번쯤 찾아 볼 수 있는 김포의 숨은 매력 중 한 곳이다.


/황인상 김포도시공사 공원관리팀 함상공원파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