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고 교장
▲ 삼산고 교장

이번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9월18일 실미도를 찾았다. 잠진도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 선착장에 도착했으나 무의도에서 실미도로 들어가는 길이 바닷물에 잠겨 먼저 국사봉에 오른 후, 실미도에 갈 수 있었다.

실미도는 무의도 서북쪽의 해안가에 있는 실미해수욕장 맞은편에 위치한 무인섬으로 실미도로 들어가는 길은 간조 전후 2~3시간 정도만 노출되어 들어갈 수 있으므로 방문하기 전에 간조시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미도에 들어갈 수 없거나 들어가더라도 물이 차올라 무의도로 나올 수 없는 황당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실미도는 1968년 1월21일 북한의 무장게릴라 김신조 일당들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 세검정고개까지 침투했던 1·21사태 이후에 정부의 대북 강경대응 방침으로 창설한 북파특수부대(684부대)원들이 3년 동안 가혹한 훈련을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684부대라는 별칭은 1968년 4월에 이 부대가 창설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684부대는 육군, 해군, 해병대 소속이 아니라 공군 소속이라고 하는데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실미도 북파특수부대원 훈련장과 주변암석

혹독한 훈련과 열악한 보급 및 보수 미지급에 불만을 가진 북파부대원들이 1971년 8월23일 실미도를 탈출해 인천에 상륙하고, 버스를 빼앗은 뒤 서울로 진입했다가 자폭한 비극적인 사건이 바로 실미도 사건이다. 실미도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실미도라는 섬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실미도 북파특수부대원들의 실상을 다룬 백동호의 소설 <실미도>를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실미도>가 2003년 개봉됨에 따라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됐다. 그 결과 요즘에도 실미도 영화 촬영 장소를 둘러보고,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적지 않는 사람들이 실미도를 찾고 있다. 필자가 실미도를 방문한 추석연휴에도 나이 지긋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실미도 북서해안에는 중생대 쥐라기에 생성된 적자색 화강암과 이를 관입한 거정질화강암맥으로 구성돼 있다.

해안가에 노출된 화강암들은 오랫동안 파도와 바닷바람을 받아 매우 다양한 형태로 그 풍경이 아름답다. 그러나 무의도 쪽에 접한 남동해안에는 암석의 노출이 북서해안 보다 대체로 좋지 않고 모래와 갯벌이 퇴적돼 있다. 이는 실미도 해안의 위치에 따라 파도 세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미도에 주둔한 북파특수부대의 상징인 해골과 영화 <실미도>의 촬영지를 안내하는 입간판이 서 있는 옆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능선을 넘으면 붉은 모래로 구성된 이름 없는 작은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이곳이 실미도 북파특수부대원들이 훈련을 받은 훈련장이다.

또한 주변 산기슭에는 당시 북파특수부대가 주둔했던 막사 흔적이 남아 있다. 해안가 훈련장과 막사 흔적 사이의 작은 골짜기에는 당시 북파특수부대원 31명과 이들을 훈련시킨 20여명의 기관병들이 먹고, 씻고, 빨래하기에 충분한 물이 나오는 옹달샘이 돌과 시멘트로 조성돼 있는데 지금도 그 샘을 확인할 수 있다.

훈련장으로 사용했던 해수욕장의 북쪽해안가에 노출된 암석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정장석이 풍부한 적자색 화강암으로 이 암석에는 지각변동을 받아 깨어져 형성된 절리가 매우 많다. 절리를 따라 암석이 주로 풍화, 침식돼 생긴 해식동굴, 풍화 침식의 결과 돌탑을 쌓아 놓은 것 같이 보이는 토르, 바닷물의 염풍화 작용으로 암석의 표면이 움푹움푹하게 패여 있는 풍화혈로 이루어진 타포니 구조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가을 하늘의 구름과 어울리는 기암괴석들이 아름다운 풍경이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실미도 사건을 일으킨 비운의 북파특수부대원들이 훈련받은 현장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미도에는 영화촬영 세트장이 철거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실미도 주둔 북파특수부대원들의 생활과 실미도 북서쪽 해안가에 노출된 암석 등에 대한 안내 자료와 안내판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허탈한 느낌마저 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당 지자체(인천광역시, 중구청)에서는 실미도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산책로와 해안이동 테크를 조성하고, 해안가에 펼쳐진 자연자원의 진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안내판을 설치해 주길 바란다. /삼산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