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41세 예레미치가 최선…하버드대서 공부하고 공산정권 반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의 선출을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3위 후보인 부크 예레미치 전 세르비아 외교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누가 유엔을 이끌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엔 개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세르비아의 부크 예레미치"라고 주장했다.

예레미치 전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10명 가운데 지금까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하던 후보다.

지역 안배에서는 다소 유리한 동구권 출신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금까지 4번 실시한 비공개 투표에서 3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국무총리가 선두를 지키고 있는 데다가, 비슷한순위권에서는 여성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 더 시선이 집중되면서 예레미치 전 장관은 자연히 시야 밖으로 밀렸다. 

그러나 WSJ은 그가 41세인 점,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한 점, 그리고 2000년 유고의 전 독재자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부를 무너뜨린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점에 점수를 얹었다.

그러면서 "예레미치는 유엔 총장으로서 자신의 첫 임무가 유엔의 팽배한 관료주의를 통제하고, 부패 방지를 위해 재정상황을 매년 공개토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듯하다"면서 "그것만이 유엔의 고장 난 시스템에 대해 대중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레미치 전 장관의 부상에는 어부지리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WSJ은 지금까지 유력하게 거론돼온 후보들의 약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면서, 이들을 제외하면 예레미치만이 '추천할 만한 후보'로 남는다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이 선호하는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전 총리의 경우, 유엔 내부감사에서 지난 4월 지적된 유엔난민기구(UNHCR)의 '규정을 벗어난 자산 배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구테헤스는 작년 12월까지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를 지냈다.

일각에선 상임 이사국인 중국이 반대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안보리 투표에서 2위였던 미로슬라브 랴차크 슬로바키아 외교장관은 체코의 옛 공산 독재정권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으며,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게 취약점으로 꼽혔다.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경우 5명의 여성 후보 중에서는 유력하고 중국, 러시아가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고, 지난해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후 참석을 거부한 러시아 전승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한 점이 서방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다른 여성 후보인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것으로 알려지나, 미주지역 최대 국제기구인 미주기구(OAS)에서 베네수엘라의 인권침해 논의를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과거 포클랜드 사태 때문에 아르헨티나와 대립하는 영국이 그를 반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예레미치 전 장관의 부상 이면에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간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는 셈이다.

안보리는 내주 초 또 한차례의 비공개 투표를 실시하며, 10월 초에는 상임이사국의 찬반이 드러나도록 5개국의 투표용지 색깔을 달리는 '색상 투표'를 실시한다.

안보리의 지명을 받은 후보는 총회의 인준 절차를 거친 후 내년 1월부터 반기문 사무총장의 후임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가운데 하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추천 후보가 되기는 어려워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