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21세기 들어 가장 큰 사망자를 낸 지진은 지난 2004년 12월, 규모 9.0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일어났다. 무려 22만7898명이 사망했다. 2010년 1월에는 아이티에서 22만257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규모 7.0의 지진이었다. 수십만 채의 집이 파괴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주변 국가에도 쓰나미가 발생하는 등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일, 화산, 산사태 등으로 큰 도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진(earthquake)의 위력에 비교해 '에이지퀘이크'(연진年震 혹은 인구지진, age- quake)라는 신조어가 고령화 사회에 불어닥친 국가사회의 충격을 표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연진'의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미래 국가 중 하나이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투입비용에 비해 저출산, 고령화의 실효가 더디기 때문이다. 연진의 강도는 리히터규모 9.0 지진에 버금가는 것으로 비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당장 내년부터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를 점유하게 되고, 10년 후에는 20% 이상의 초고령사회에 들게 된다. 2060년이면 고령인구가 일본보다도 많은 40.1%로 추정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에 오를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가 이끄는 세계경제는 잠재성장력을 낮추게 된다. '인구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월리스는 삼라만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는 지진보다도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부문에 끼칠 인구지진은 파괴력이 크다고 예상했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대체이민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미약한 한국, 일본 등과 같은 노년인구국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 등으로 연진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령화는 지진의 격변과 같이 우리 삶을 서서히 혹은 급작스럽게 어지럽히고 있다. 우선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은퇴자들의 소비 증가와 가계저축률의 하락, 그리고 국민연금의 재정위기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3년 507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를 정점으로 급속히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도달하고 있다. 연진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맬서스의 '인구증가가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주장보다 '인구감소가 국가의 재앙'이라는 반(反) 맬서시안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 시대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