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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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독일 프라이브르크 시 건립이 좌절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일본의 조직적인 방해에 우리정부는 뭐했냐고 묻고 싶다. 10억엔의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우리가 수백배의 '굴욕의 값'을 치르고 있다.

지난 달 8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사이의 정상회담은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날 회담에서 아베총리가 먼저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소녀상 철거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28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10억엔 지출을 완료했으니, 한국정부도 소녀상 문제를 포함해 합의를 이행하라는 압력까지 행사했다. 이날 "우리 대통령은 소녀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국민들의 분노를 살만한 대목이었다. 이같은 한-일 관계는 소녀상 건립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3월 채인석 화성시장을 중심으로 전국 50개 지방자치단체가 국외 자매·우호도시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공동성명까지 내면서 소녀상 건립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일본의 방해에 부딪혀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발목을 잡혔다.

최근 수원시와 독일 프라이브르크 시의 유럽 최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무산됐다. 일본의 도를 넘는 방해 때문이다.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철회를 21일 수원시에 알려온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디터 잘로먼(Dietor Salomon)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중단하라는 일본 측의 거센 압박을 받았다. 내가 시장직을 수행한 모든 기간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염태영 수원시장과 통화에서 토로했다.

지난 5월 염 시장이 친서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을 때도 잘로몬 시장은 "자유의 상징이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화답했다. 잘로몬 시장은 염시장이 미국에 소녀상 건립 당시 일본정부와 극우단체의 방해와 압박이 컸다고 우려하자 "우리 시가 일본정부나 우리 시 일본 자매도시로부터의 반발이나 압박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방해는 단호한 잘로몬 프라이브르크 시장을 괴롭혔다. 프라이부르크시와 30년 이상 자매결연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가 소녀상을 세우면 단교하겠다고 하고, 독일 베를린의 일본 대사와 프랑크푸르트의 일본 총영사까지 나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는데 강력히 항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극우단체의 항의성 전화와 전자메일을 잘로몬 시장에게 끊임없이 보내는 등 압박을 가했다. 결국 잘로몬 시장도 일본정부의 조직적인 방해에 소녀상 건립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1일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1249차 수요집회에서 '수원시 국제자매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주현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는 독일프라이브르크 시에 건립하려던 평화의 소녀상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위안부피해자 길원옥, 안점순 할머니가 수원하모니 기타앙상블팀의 반주에 맞춰 아리랑을 불렀다. 일본의 집요한 방해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의 목소리는 꺾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요집회는 1992년 수요시위가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000회째인 2011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으로 세워졌다. 표지석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쓴 평화비 문구와 함께 1992년 부터 이 곳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의 천 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운다고 적혔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후에도 수요집회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가고 있다.

화성시가 2014년 10월 자매도시인 캐나다 버나비시에 건립을 추진 중인 평화의 소녀상은 현지 일본인들의 거센 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미국 캘리포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 한인 밀집지인 풀러턴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려던 한인사회는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번에 수원시까지 무산되면서 가만히 있는 정부를 향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놓고 일본은 정부와 한국 민간단체·지방자치단체의 싸움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결론은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지 않았는가.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힘뿐이다.

아무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하더라도 인권의 숭고함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은 평화의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길 희망할 것이다. 일본에 훼방에도 굴하지 않고 전 세계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되길 기원하는 국민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홍성수 경기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