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예총사무처장·시인
▲ 인천예총사무처장·시인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문예지의 수는 얼마나 될까. 중앙이라는 표현도 우습지만 지방과 서울을 따져 그 수는 대략 300종에 이른다고 한다. 엉터리가 많다는 이유로 문예지 발간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한다.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엉터리(?) 정치인은 더 많다고 항변할 수 있다. 왜 정치인과 비교하는 말이 나왔느냐는 문제는 결국 문인들을 지켜주지 못해 그들에게 화살이 돌아간 것이다.

문인들은 '문학'은 '삶의 곤궁을 동반하는 것'으로 여겨왔었기 때문에 금전적 지원 요구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한편, 한류의 토대강화와 확산 그리고 지속가능의 필요충분조건이 문학이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예술위원회에서 책정된 예산은 10억원이었다. 이러한 문예지 지원사업비를 3억원만 집행하고 금년에는 아예 폐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전국의 문인들이 끓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에 있는 종합문예지 '한국산문'의 사무실에서는 '문예지 지원제도의 현황과 제언'이라는 제하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문학 자체가 고사할 수도 있고, 문학인들을 홀대하고 있는 '정부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인식전환을 요구하는 그런 자리였다.

작품 공모를 통해 우수한 작품을 선정, 지원하는 '아르코문학기금'은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문인들의 다른 지원사업도 영향을 받아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다.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사건 후 '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됐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책으로 별무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곳에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찾아온 때가 작년인가 싶다. 원로 예술인들의 복지차원의 지원금 홍보차 들렀었다. 열 예닐곱 명의 원로 예술인들을 상대로 설명 후 결과는 고작 1명에게 20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전시회를 개최했던 일이 있었다.

가뭄에 콩 나듯 이름만 앞세운 복지, 없는 것만도 못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원로들의 말이었다.

국정 4대 기조 중 하나로 '문화융성'을 들고 있는 이때 집행 잔액 7억원은 우수 문학작품 아카이빙 사업에 이용된다는 후담이다. 그렇다면 우수작품은 어디에서 생산될까를 논해 보고 싶은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문예지가 출간되고, 출간하기 위해서는 지원정책이 있어야 저장할 글(작품)이 나오는 것인데 엇박자도 너무 엇나가는 형국이다.

'솟대문학'은 장애인을 위한 문학잡지로 거듭났던 기억이 이제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소설 전문잡지 '소설문학'이 작년에 폐간되어 그 뒤로 일어날 일들이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정말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땅의 문인들은 어딜 어떻게 가야하고 후대를 잇는 신인들은 어떻게 탄생되며, 그 문인들의 작품을 모아 출판하는 출판인들 또한 도미노처럼 쓸어져 갈 뿐 암담한 현실이다.

적어도 한류의 저변에는 스토리를 생산하는 '문학'이 있게 된다. 문학을 홀대한다면 그 한류가 오래 갈 것인가를 한번이라도 짚어 봤으면 그렇지 않건만 문화예술을 단순 경제논리로 보는 시각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인천의 문예지로는 '학산문학' 그리고 '작가들'이 현재진행형으로 발간되고 있고, 기관지 성격의 '인천문단' 등이 있다. 이 외에 사회단체 보조금을 밭는 문예지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우려가 깊다. 이러한 일이 지방으로 확산돼 그나마 갈증을 느끼며 발간되는 이 책들마저 우리 곁을 떠난다면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제발 그런 일 없길 바랄 뿐이다.

300만의 인천광역시는 서울 찍고 부산 그리고 인천의 순서가 됐다. 대한민국의 3대도시로서 우리가 꾼 꿈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일 없을게다 생각해도 맘 안 놓이는 걱정이 앞선다. /인천예총사무처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