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인천 편집장


나는 짠물로 멱을 감았던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큰 공장들로 가려져 있었지만 맘먹으면 언제든지 바닷물을 접할 수 있었다. 자치기 놀이를 할 정도의 나이가 되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우리 동네 아이들은 막대기로 망둥이 낚시질을 했다. 전깃줄로 아가미를 뚫어 주렁주렁 매달아 집에 갖고 갔다. "냄새 난다, 얼른 갖다 버려라." 엄마는 기름 냄새 풍기는 망둥이를 생선 취급도 하지 않으셨다.

'봄 보리멸, 가을 망둥이'. 요즘 망둥이가 제철이다. 정확히 말하면 망둥이 낚시가 시절을 만났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자마자 송도, 연안부두, 월미도, 화수부두, 영종도 등 바닷물이 닿는 곳마다 망둥이 낚시꾼으로 인산인해다. 모든 바닷가를 강태공들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낚시질은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 불법행위다. '군사지역 접근금지' '낚시 및 수영금지' 표지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인천 곳곳은 수많은 불법 낚시대들이 드리워진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낚시 이야기가 나왔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짬뚱어가 있다면 '인천어보'에는 망둥이가 있다. 저마다 망둥이 낚시에 대한 추억담을 쏟아냈다. 마침내 "인천에서 망둥이축제를 개최하면 어떨까"라는 의견까지 다다랐다. 큰돈 들지 않는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다. 채비가 간단하다. 접근성이 좋다. 폭풍입질로 재밌다. 잡은 걸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바다와 금세 친해진다….

지역 축제로 이만한 것이 없을 듯하다. 주차, 취사, 텐트 치기가 가능한 장소와 기간을 정해서 '합법적인' 망둥이 낚시 축제 개최를 고려해 볼 만하다. 올해부터 애인(愛仁)페스티벌이 새롭게 열린다. 인천이 바다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바다 관련 축제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관람형 프로그램으로 대다수 채워져 있는 게 다소 아쉽다. 내년 애인페스티벌에는 망둥이축제가 끼어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인천 망둥이는 기름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레시피를 개발하면 지역 향토음식으로도 손색없다. 조선시대 때 인천도호부에서 망둥이를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있다. 그 사실을 아셨다면 엄마는 망둥이를 그렇게 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