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만들어 제동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치로 시행된 지방자치제가 어느덧 2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강산이 두 번 이나 바뀔 동안 지방분권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겉으로는 지방분권을 내세워 예산의 독립을 강조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각종 규제를 만들어 지방정부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의 지방장관제 추진과 서울시, 성남시의 청년수당 문제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박승원·새누리당 최호 대표의원은 지난달 26일 오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협상이 타결됐음을 공식 발표하고 도민을 위한 정책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현안사항이였던 '지방장관제'은 더민주 2명, 새누리당 2명씩 맡는 것으로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되는 지방장관제는 지방정부의 의원내각제로 경기도 연정은 물론 지방자치의 또 하나의 시험대로 평가받는 2기 연정의 핵심과제로 현직 도의원을 도(道) 장관으로 파견하는게 주요 골자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지방장관 파견이 지방자치법 상 현직 지방의원의 겸직이 금지돼 있는 점을 감안, 위법성을 피하는 차원에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고 각 당에서 적임자를 추천하면 남 지사가 임명하는 식으로 추진해 정부의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진행방향까지 결정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법의 잣대만 앞세워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결정을 무조건 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지역들이 가진 고유의 특징,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 1기 연정의 지속성 여부 등과 같은 지역 특수성은 전혀 고려치 않은 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났는지 여부만을 판가름 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와 성남시,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만 19~34세 청년 중 저소득층 가구에 속하거나 장기 미취업 상태인 구직자 5000명을 선발해 1인당 연간 300만 원의 자기계발비를 지원하는 청년구직지원금 지원에 대해 합의하자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사회보장 기본법상 협의 절차 등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내용이 결정되는대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관련 경기도의회 더민주는 2기 연정은 민생 연정이 돼야 한다는 큰 틀 아래 무상급식비 지원과 청년수당 도입을 협상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미취업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계발비를 지원해 청년 실업 문제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안이다.

도는 앞서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수당을 도입했다가 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를 직권으로 취소시켰던 점을 감안해 구직 활동을 담보할 수 있는 대상을 청년으로 한정지었다.

고용노동부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참여자 2만4000명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의 구직비용을 지원하는 정책과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이 별반 다르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게 경기도의회 더민주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가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국 이중적인 법 잣대를 적용해 '중앙부처가 하는 사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고,'지방정부가 하는 사업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수많은 논란을 거쳐 합의한 여러 현안 문제들을 중앙정부가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 이상 지방분권은 '빚 좋은 개살구'에 그쳐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이에대해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지방장관제 도입과 관련해 지자체에서 연정 하겠다는 것을 막는게 아니라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막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하는 모든일을 감시하는게 아니라 법을 적용하는 입장에서 지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문완태·최현호 기자 my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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