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물동량 2%도 안되지만
그 중 20%는 타항에 뺏길 듯
신항 터미널도 당분간 고전
컨 신규 물동량 유치에 찬물
▲ 한진해운은 8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 로비. /연합뉴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게 된다.

연매출 8조원에 달하는 한진해운의 정상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외 수출입 화물 처리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31일 법정관리 신청을 진행한 가운데 정부가 한진해운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두 회사 간 합병 대신 자산 인수를 통해 한진해운 강점은 고스란히 현대상선이 흡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해운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곧바로 비상대응반을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는 이날 선주협회, 항만공사, 해상노조연맹 등이 참여하는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응반'을 구성하고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연매출 8조원, 총자산 7조원, 세계 7위 선대를 보유한 대형 컨테이너 회사의 회생절차 신청은 해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꼽히고 있다.

그야말로 해운·항만·물류 시장에서 차질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선박·화물 압류, 화물처리 지연, 선박 확보 곤란 등이 2~3개월 가량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부산항을 경유하는 한진해운 단독 배선 미주 3개, 유럽 1개 노선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분위기다.

한진해운 서비스 조정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국내 항만에서 처리하던 물량이 감소, 일부 항만 물동량도 함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부산항, 여수광·양항에서는 환적화물 인센티브도 확대 개편된다.

인천항의 경우 한진해운 법정관리 영향은 크지 않다. 한진해운 물동량이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1월부터 8월31일까지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 167만5597TEU 중 한진해운은 2만5667TEU다.

하지만 한진해운 비중이 50% 미만인 5300TEU는 타 항만으로 이전이 예상된다.

또 인천항 성장동력인 인천신항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도 당분간 고전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 신규 유치에 찬 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수출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한진해운의 문제는 해운·항만·물류 분야뿐만 아니라, 당분간 수출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선·화주 협력을 통한 화물 유치, 선박 펀드를 통한 선대 규모 확충 등 국적원양선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