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숙명적인 인연을 맺어온 한진해운이 결국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로써 한진해운의 기업회생보다는 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단 채무 동결의 안도 이전에 외국선주들의 채권 확보 압력이 예상되고 있다. 채권단이 선박 압류의 강수를 둔다면 영업망 붕괴에 따라 기업회생은 불가능하게 된다. 법원은 한진해운의 해운동맹 퇴출을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회생이냐, 파산결정에 따른 청산이냐를 놓고 동맹과의 협상이 방향타를 쥐게 됐다.

한진해운은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수송보국'의 신념을 키운 한진그룹의 모태다. 이번 사태로 인천을 기반으로 창업한 한진해운은 불신기업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청년 시절 선상에서 일했던 선대 조 회장이 인천 해안동에서 트럭 한 대로 세운 '한진상사'의 중심에는 항상 한진해운이 있었다. 해운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 조원의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실정에서 이번 한진해운의 몰락은 대한민국 전체 경제뿐만 아니라 당장 컨테이너 물류 등 인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한진해운의 손실 부담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로 돌아오게 생겼다.

인천 창조경제의 파트너가 한진그룹이다. 선친이 태어난 영종에서는 왕산마리나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석빌딩, 인하대, 인하대병원 등 크고 작은 규모의 계열사, 교육기관이 인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인천 연고 대기업으로서 한진에 대한 이미지는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창조경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업지원 내용은 다른 시도에 비해 부족하다. 인하대의 송도캠퍼스 부지계약 문제는 파행을 겪고 있다. 인하대병원의 상대적으로 열세한 서비스 불만은 여전하다. 심지어는 그룹 특성상 오너의 눈치를 살피는 보신 보필도 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어느 하나 순탄하게 지역 지지를 받기가 불편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그룹 형편이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역발전과 인재육영에 공언해온 약속들을 다시 성실히 점검하고 이행하고자 하는 노력에 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한진그룹을 바라보는 인천시민의 애증을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