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용 인천시 경관디자인팀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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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인천시 경관디자인팀장·공학박사

찰스 몽고메리의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에서는 인간이 느끼는 행복의 조건을 도시에서 찾고 있다. 중세 로마인들에게 로마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정신적 지주였다. 그러나 지도층이 아트리움과 안뜰이 있는 도무스(domus : 주택)에서 부유함을 누리는 동안 저소득 평민들에게 로마는 불평등한 도시로 변모해간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다 보니 빈민아파트 건물인 인술라(insula)가 지금처럼 우후죽순처럼 늘어만 갔다. 높이제한과 방화 규정을 두었지만 세입자들의 거주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좁은 거리의 쓰레기, 소음, 화재 등의 문제에 지금의 주차문제만 추가하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역대 황제들은 시민들의 로마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달래려고 공공건축물을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거대한 공중목욕탕, 트라야누스황제가 건설한 세계 최초 쇼핑몰 머르카토(mercato : '시장'이란 의미), 검투사 시합, 서커스 등 시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쇼들을 도구로 활용했다. 천년이 지났어도 지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18세기에 들어와서는 행복에 대한 믿음이 계몽주의 등장과 함께 바뀌기 시작했다. 행복은 사후에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현세에서 도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확신하게 됐다. 미국의 국부들은 신이 인간에게 행복추구권을 부여했으며, 행복추구권은 타인이 빼앗을 수 없는 양도불가한 권리라고 선언했다.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밴담은 행복을 쾌락의 총합에서 고통을 뺀 것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개인이 따라야 하는 최선의 정책노선은 쾌락을 최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에는 건축물과 행복의 조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영국인 조나던 타이어의 복스홀 가든스(vauxhall gardens)는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야외 미술품, 콘서트 등의 구경거리를 공공정원에서 모든 이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지금의 대규모 공원같은 문화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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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교산리고인돌. 고인돌은 선사시대의 무덤의 한 형태로 함부로 움직이는 대상이 아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건축과 도시디자인을 개선해 시민의 행복을 증진하고 정신을 고양하려는 운동이 나타났다.

시카고에서는 도시미화운동을 주도하는 데니엘 번햄이 당시 저소득층들이 많이 사는 시 중심에 거대한 예술 건축물들을 세워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제안하며, "잃어버린 시각적·미적 조화를 회복해 조화로운 사회질서의 출현의 물리적 전제조건을 충족하게 될 것"이라고 시가지재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재개발과정에서 쫓겨날 가난한 시민들에 대한 구제대책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근대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이처럼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인간본성을 반영하지 않은 도시는 결국 문젯거리로 전락하게 되고, 시민이 필요로 하는 진정한 행복이 배제된 목적지향적인 물리적 공간밖에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인천이라는 도시에 본인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오게 된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어울림 이끌림'이란 다문화자원봉사단의 일원으로서 인천교도소 미결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교육에 참여하면서 겪은 일이다. 사전 학습을 하고 들어간 교육장은 일반 대학이나 공무원교육원의 강의실과 다를 바 없었으나, 그 곳에는 복장과 자유가 제한된 공간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느껴지는 낯섦이 있었다.

이런 한정된 공간에서 지내고 있는 재소자들에게 인천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줄 수 있을까 하고 몇 주간 혼자서 많은 고민을 했고, 다양한 인천의 역사문화적 장소에 대한 정보와 평소 수집해 온 시민들이 생활하는 모습의 자료를 보여주면서 '아름답고 가고 싶은 도시 인천'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게 됐다.

자유를 통제당한 사람들에게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더불어 의지하며 살아야 하고, 그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어보니 현재의 도시 구조·제도·정책이 오히려 시민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새삼 개발해야 할 것과 지켜나가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

인천이라는 도시는 보존하고 발굴해야 할 다양한 경관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선사시대의 상징물인 강화 고인돌부터 중구청 일대에 산재해 있는 근대건축물로 대표되는 근대역사자원과 다양한 해양자원이 서식하고 있는 168개의 도서가 있다.

송도·청라·영종으로 이어지는 초현대식 국제도시까지, 이곳이 바로 300만 해불양수(海不讓水)의 가슴 따뜻한 시민중심형 도시,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시 인천이다. 이 인천이란 도시가 주인인 시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깊이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정두용 인천시 경관디자인팀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