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식 인하대 교수
▲ 조근식 인하대 교수

알파고의 출현으로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일반 사람들에게 관심사가 됐다. 바둑을 잘 두어 이세돌 9단을 알파고가 이긴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주변을 돌아보면 컴퓨터가 우리 생활을 점유한지 이미 오래다. 인터넷 뱅킹을 통해 은행의 업무를 처리하고,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팔게 됐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세상 사람들과 화상통화를 통해 쉽게 대화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을 통해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연결한 인터넷을 쓰는 일도 이미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 환경요소가 됐다. 우리는 기술 수혜자로서 너무 당연시하며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적 변화는 미래 사회, 경제, 그리고 교육적 측면에서 그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지능이 유전적 요소와 후천적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연적인 지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인간의 지능을 모사해 사람이 인공적으로 컴퓨터로 하여금 지능을 구현하게 만드는 과학과 기술적 요소가 인공지능이다.

그 시작은 19세기 철학자들이 기계화된 생각을 만들어 내어 인간 생각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후에 많은 철학자, 인지과학자 및 컴퓨터 과학자들이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을 선두로 선진국에서 군사 목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인공지능 발전 기술의 실례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IBM이 연구 개발한 왓슨 소프트웨어(Watson SW)이다. 미국의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인 '제퍼디(Jeopardy!) 쇼' 라는 퀴즈 대회에서 Watson SW가 사람 챔피언을 누르고 우승했다.

컴퓨터는 영어를 알아 듣고 퀴즈 문제를 사람보다 먼저 풀어 대답을 함으로써 사람을 이긴 것이다. 알파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반 사람이 아니라 그 분야의 최고인 사람과 대결해 이긴 것이다. IBM Watson은 이 소프트웨어를 금융, 의료, 보험 등의 영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사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요즘 인공지능 분야에서 대세가 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분야를 살펴보면 더 혁신적이다. 기계에게 학습을 시켜 컴퓨터의 눈 역할을 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컴퓨터가 사람처럼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다. 얼굴인식은 물론 고양이, 토끼, 사자 등의 사물을 인식하고, 심지어는 이들을 실시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언급한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의 컴퓨터 기술과 무엇이 다르며 또 그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달라 질까? 과거 한 때는 컴퓨터를 복잡한 수식을 계산하는 기계로 활용한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하고 다시 꺼내보고 하는 데이터 저장장치로서 컴퓨터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 세계 사람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이다. 그러나 그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이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인터넷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의사결정을 컴퓨터가 하며, 인간의 의사결정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알파고에서 바둑을 둔다는 것은 상대방의 수를 읽고, 나의 승부수를 결정해야 되는 실시간 의사결정 시스템인 것이다.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는 용어가 거창하지만 인간이 매일 무엇을 살까, 먹을까, 입을까 결정하는 것도 의사결정인 셈이다. 조금 복잡한 의사결정으로는 어디에 투자할까, 어떤 주식을 살까, 환자의 상태 진단과 처방, 우리나라가 전쟁을 특정 나라와 벌인다면 그 승패 여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파고에서 입증하듯이 이러한 결정을 컴퓨터가 사람 전문가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잘한다는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목받는 신산업으로서 컴퓨터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 주행 자동차와 자율 비행체,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하는 SW로봇 등을 들 수 있다.

또 변호사보다 더 해박한 법률 지식을 가진 SW변호사, 주식을 자동으로 팔고 사는 SW로봇 등 기존 산업계의 판도를 흔들 수 있고 새로운 먹거리들이 창출될 수 있는 분야가 무수히 많다.

미국의 Google, IBM 등 세계 유수의 회사들이 이러한 기술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아직 암기 위주의 우리 자녀들의 교육, 컴퓨터 기술은 이미 암기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 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는 미래 산업혁명에 대비해 우리의 후손들이 위에서 제시된 신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컴퓨터 SW로봇 등을 연구개발 하고, 그 로봇들과 협업해 일 할 수 있는 일자리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 분야에 대한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조근식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