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편집장
▲ 황해문화 편집장

인천이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자유공원 오르는 길,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옆에 이젠 빛바래서 눈을 씻고 살펴봐야 보이는 이정표가 하나 있다. 이정표는 지난 2001년 11월21일에 시작해 2002년 1월10일 종영된 SBS드라마 <피아노> 촬영지가 이 근방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극중 배경은 부산이었지만, 많은 장면을 인천에서 촬영했는데 이 드라마에서 특히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는 곳이 제물포구락부다.

제물포구락부는 1901년 구한말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의 사교 클럽으로 만들어졌다.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될 무렵엔 이미 세워진지 100년 된 인천의 중요한 사적(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7호)이었다. 남이섬 등 드라마 촬영지 일부가 관광지로 성공한 뒤 이를 한류마케팅이나 지역관광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지자체별로 성황을 이뤘었다. 각처의 지역발전연구원이 쏟아낸 전략리포트, 정책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실제로 성공했는가 묻는다면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이 잠시 반짝 인기를 끌다가 사라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인천의 신도 <풀하우스>, 무의도 <천국의 계단>을 드라마 때문에 찾는 이는 이제 거의 없다. 그래도 제물포구락부는 제물포구락부 그대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누가 '헬조선'이라 부르는가. 전 국토가 축제의 장이고, 모두가 먹자판 놀이터다.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 하지만, 관광은 '경제' 이전에 먼저 '문화'다.

지난 3월 말 중국 아오란그룹 직원 6천여 명이 인천을 찾아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를 돌아보고, 월미도에서 대규모 치맥파티를 벌였다. 이후 시 정부는 이를 기념한다며 월미도에 맥주캔 모양의 기념물을 조성하겠다고 나서 뜻있는 지역시민의 반발을 샀다.

지속가능한 관광의 핵심은 인천이 가진 본래의 가치인 역사와 문화, 지역성과 경관을 동시에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개항 천년의 도시를 책임진 4년 임기의 시장이라면 몇 년 안가 잊히고 흉물이 될 기념물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와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