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낮 더위가 만만치 않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니 말이다. 북대서양 고기압이 아직 버티고 있다. 하지만 노염(老炎) 속에서도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다. 어느새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가을더위와 노인의 건강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비유도 있다.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질병관리본부(KCDC)가 집계조사를 처음 실시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온열환자 감시체계를 가동한 5월23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세 달 간 무더위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2029명으로 집계됐다.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환자의 26.8%(544명)는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이번 여름 무더위에서 동네 경로당은 폭염 대피 쉼터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일부 농어촌지역은 에어컨 없이 한 여름을 났다. 전국 경로당 에어컨 미설치율은 12.7%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의 1444개 경로당은 울산, 세종, 제주와 함께 에어컨이 모두 설치된 지역이었다. 에어컨이 없이 여름을 난 지역은 경로당이 지방이양사업으로 떨어져 나오면서 국비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한 영향도 있다.

신체적 노화에 따라 노인은 기상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항상성 유지능력이 떨어져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추위와 더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냉온 시설 지원이 필수적이이다. 올 무더위와 누진제 덕분으로 한전은 상반기에만 6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국민들이 누진제 폐지 서명운동에 나섰다. 뒤늦게 당정이 나선다고 하지만 가구당 월 7000원 정도의 인하효과로는 국민의 분노를 더 부추길 뿐이다. 산업용 전기가 주택이나 일반 상가용 전기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국민을 개, 돼지는 아니더라도 '봉'으로 알지 않고서야 이렇듯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인지 기가 찰 노릇이다.

전기료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제 곧 겨울철 난방 전력에 대한 전기료 폭탄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걱정이다. 전기료 누진제를 폐지하고, 원점에서 왜곡된 전기요금 체제를 개선해 공공의 성격을 지닌 일반재로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왜곡된 전기요금 체제가 개선돼 최소한의 에어컨, 히터를 일정하게 가동할 수 있는 국민의 행복권이 보장됐으면 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