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법 잘못 적용 … 무리한 단속"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와 선거관리에 의혹을 제기한 글들을 '선거의 자유방해죄' 위반을 이유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에 대한 비판을 누르기 위해 무리한 단속을 벌인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를 비판하자 무리한 법 조항을 적용한 것"이라며 "선관위가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24일 인천일보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의 정보공개요청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자료 1031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선거의 자유방해죄 위반으로 삭제된 게시물은 총 4건으로 나타났다.

글들은 대부분 선관위의 개표조작 의혹을 의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 4월8일 남동구 선관위에서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이 발견되자, 이를 두고 의혹을 제기한 글들이었다.

한 누리꾼은 '심히 걱정됩니다. 조작질은 이미 시작됐군요(4월9일·다음카페)'라는 글을 게시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런 일 벌어지는 것 자체가 조작아니냐(4월9일자·다음뉴스)'라고 우려했다.

이에 선관위는 다음 카페 관리자에게 "공직선거법 제237조(선거의 자유 방해죄)에 위반된다.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4부 발송했다.

이 글들은 대부분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허위사실로도 볼 수 있는 글이다.

문제는 글의 진위를 떠나 선관위가 근거로 삼은 '선거의 자유방해죄'가 이번 사례에 해당되느냐, 개인 의견을 담은 글을 선관위가 삭제하는 게 맞느냐에 있다. 이 죄는 집회·연설 또는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계·사술 등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에게 적용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사례에 대해 "선거를 해봐야 조작될 것이니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으며 이를 선거의 자유 방해로 판단했다"며 "예방 차원의 삭제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 손지원 변호사는 법을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한다.

손 변호사는 "선거의 자유방해죄는 위력을 이용해 후보자의 자유를 방해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다"라며 "일반인의 의혹제기글을 선거 방해로 보고 지운 셈인데, 선관위가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학 전공 교수도 사실상 같은 의견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의 자유방해죄로 특정인을 처벌한 사례는 후보자 폭행이나 여론조사 조작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선관위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저런 식으로 처분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라며 "선관위가 비판을 참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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