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4000㎞ 횡단 … 말 위에서 세상 다시 봐"
▲ 경노훈 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몽골 광야에서 말을 타고 있다. /사진제공=인천대학교


칭기즈칸 누볐던 초원 횡단...73박74일 '하루 6시간' 달려

"나이가 많아 도전하지 못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도전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인천대 디자인학부 경노훈(65) 교수는 언제나 젊다. 74일간의 몽골 승마 카라반은 무모하지만 아름답다.

고지를 앞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4000㎞를 오로지 말 위에서 이동했다. 800년 전 칭기즈칸이 누볐던 몽골의 대초원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좁다.

경 교수의 도전 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도전과 열정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 이 시간 알타이 산맥을 넘고 있다.

'경기호테' 74일간의 도전

몽골을 찾은 모두가 말한다. "대초원 앞에 한없이 초라한 나지만, 이곳을 마음껏 달리고 싶다"라고.

지금도 몽골은 말과 함께 한 삶이 유효하다.

경노훈 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65)가 몽골 4000㎞를 말 타고 횡단한다는 계획을 학교에 알렸다. 모두가 말렸다. 평소 경 교수의 도전 정신은 학내에 유명하지만 이번만은 무모해 보였다. 그는 올해 6월부터 이달 28일까지 74일간 몽골 초원을 누비고 있다. 원나라의 기틀을 세운 칭기즈칸이 횡단했던 동쪽 끝 할흐골에서 서쪽 끝 알타이까지이다.

그가 참여한 도전은 '몽골 승마 카라반'이다. 하루 5~6시간 말 위에서 초원을 달리고 고도의 산을 오른다. 그와 함께 국내 승마인 등 20명이 함께 하고 있다.

 

 

 

▲ 경노훈(오른쪽 두번째) 교수가 1000㎞ 승마 카라반을 달성한 뒤 현지 안내인, 통역사, 참가자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경 교수는 도전장에 이 말을 남겼다.

"제자들에게 다른 것은 다 알려줘도 도전과 열정은 가르칠 수 없으니 내가 직접 보여 주고 싶다", "나이가 많아 도전하지 못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도전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지금 이 시간 알타이 산맥 정상을 향해 쉼 없이 달리는 그와의 연락은 쉽지 않다. 며칠에 한 번 간헐적인 몇 단어가 그의 생사를 넘는 도전을 알리고 있다. 그가 전한 소식은 7월6일 '1000㎞ 달성', 7월20일 '낼모레 2000㎞ 기념식' 등이다.

최근 17일 "3000㎞ 달성했고 지금 알타이 산맥 넘고 있습니다. 이제 800㎞정도 남았습니다"라고 전했다.

24일 어렵게 소식이 닿았다. 몇 마디가 그의 힘든 여정을 짐작케 한다.

그는 "곧 타운복두 정상에 올라 '태극기'와 '인천대'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동안 오지를 통과하느라 연락 못했다"는 의견도 전했다.

생사를 넘는 카라반은 동서 문화교류의 상징이다. 발 닿는 모든 것에서 디자인을 읽는 전문가에게 몽골의 도전은 어떤 디자인의 세상을 보여줄까.

경노훈의 삶

그는 깐깐했나 보다.

10년 전 인천대 출신 한 미술학도가 남긴 게시판의 글은 "후배들아, 경 교수님껀 빨리 포기하거나 끝까지 밀어붙이거나, 둘 중 하나란다. 중간 갔다고 중간 점수 죽어도 안 나 온다"이다. 이 미술학도는 경 교수에게 두 번의 수업을 들었고 모두 'F학점'을 맞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적당히'가 없는 도전, 삶의 중요한 목표로 도전을 인식하는 그의 몽골 카라반 74일 여정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는 2006년 승마를 시작했고, 생활체육승마지도사 2급 자격증도 있다. '경노훈 교수의 말 사랑 이야기' 등 인터넷에서 경 교수의 승마 사랑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디자인과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국제승마콘텐츠진흥원 백재현 원장의 카라반 동행 제의도 곧바로 승낙했다.

승마에 대한 그의 철학은 이렇다. '승마는 말과 교감까지 하는 신체·정서 발달운동'이라는 것이다. 경 교수는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도전 정신도 보여주고 싶어 '꼭 가겠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색소폰 연주도 수준급 이상이다. 학내 봉사단체를 만들어 매년 정기공연을 통한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인천대도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는 경 교수의 도전을 적극 홍보하는 가운데 인천대의 도전 정신도 포함시켰다. 인천대는 몽골 민족대학과 국제교류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몽골 희망의 숲 조성 사업을 8년째 벌이고 있다. 학내에 15명 내외의 몽골 학생이 유학 중이다.

제자들에게 남긴 경 교수의 승마 사랑이 담긴 조언은 울림이 있다.

"세상을 말 위에서 다시 보는 거야.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지 않아?"

경노훈 교수는 1991년 인천대와 인연 … 시각디자인 베테랑 '후학양성 한길'

경노훈 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65)는 시각 디자인계의 '원로'이자 베테랑이다.

이달 정년을 앞둔 경 교수는 지난 1991년 인천대와 인연을 맺었다. 1980년 초 독일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디자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부터다. 자그마치 4반세기에 걸쳐 인천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그의 저서 '뉴욕을 걸으면 디자인이 보인다'는 디자인에 대한 일반인 이해도를 높인 책으로 유명하고, '디자인 언어- 그 시각적 원리를 언제 깨트릴까!'와 '디자인 그리드와 레이아웃, 아트나우'도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필독서이다. 특히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바꾸는 50가지 법칙', '생각하는 모든 것에 디자인을 심어라'는 스테디셀러이다.

'경기호테'란 별명의 경 교수. 그는 점심시간 교직원 식당에서 색소폰 연주를 한 뒤 공연비를 걷어 인천 남구에 기부했고, 교내 봉사단체인 사랑나눔모임을 만들어 매년 정기공연을 열었다. 수익금은 물론 공연 참가자에게도 5만원의 참가비를 받아 기부했다. 그는 말한다. "도전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몽골 카라반은 …]

하늘과 초원이 맞닿은 지평선, 그 끝을 밟기 위한 인간의 도전은 위대하다.

73박74일의 대장정. 말에 올라 4000㎞의 몽골 초원을 가로지르는 '몽골 카라반(caravan)'이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6월15일 시작된 이 장대한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달았다.

몽골 카라반은 몽골의 동쪽 끝 할흐골에서 서쪽 끝 알타이를 횡단하게 된다. 할흐골은 한민족의 기원이라는 할흐족이 살고 있고, 알타이산은 중국과 러시아, 몽골 세 나라의 국경이 맞닿는 곳이다.

28일 도착을 목표로 경 교수를 비롯해 국내 승마인 20명이 말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있다.

카라반(대상(隊商))은 사막이나 초원 등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무리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 집단을 일컫는다. 장거리 교역에는 다양한 사람이 가담했다. 상인을 주축으로 학자와 예술가, 각종 장인 등이 가담하며 동과 서의 문화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맥이 끊긴 몽골 카라반의 역사를 우리나라 승마인이 부활시켰다. 칭기즈칸의 말발굽 소리가 들릴 듯한 대초원의 정기를 품어 세계로 뻗겠다는 신념이 닿았고, 몽골에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기마민족의 후예란 공통점을 바탕으로 승마문화 교류를 기대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