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또 오해영' 등 송도·청라서 촬영
▲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급부상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SNS 통해 확산…입소문 타고 中관광객 급증
'조들호'·'아이리스'는 동인천·부평 '원도심'서 찍어
인천은 과거와 현재·근대와 현대가 공존


2016년 전 국민이 인천을 보고 있다. 안방극장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드라마 속 인천 주요 명소들이 깜짝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에는 '드라마 촬영 중' 푯말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세워질 정도다.

거실에서 찜 해놓은 '드라마 명소'를 직접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주말마다 인천 곳곳이 북적이고 있다.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다.

'인천', 인기 드라마 촬영 붐

▲ 인천 청라국제도시 커널웨이 수변공원은 SBS드라마 '닥터스' 촬영지로 알려져 관광객들 발길이 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서구

23일 종영한 SBS 드라마 '닥터스'에서 미남 배우 김래원과 예쁜 의사역 박신혜의 달달한 로맨스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것이 있다.

바로 두 사람의 첫 키스 장소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빗속에서 춤을 추며 입을 맞추는 장면은 시청자들 가슴마저 두근거리게 했다. 빨간 공중전화부스가 세워진 드넓은 공원은 바로 인천 청라국제도시 '커널웨이'다.

커널웨이 수변 공원은 넓게 펼쳐진 공원을 가로지르는 물길이 있어 청라 주민뿐 아니라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장소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커널웨이 공원을 찾는 방문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핫'한 상태다.

두 배우가 입을 맞춘 불빛 분수대 앞에서 주인공과 같은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도배 될 정도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도 이곳은 벌써부터 입소문이 났다.

평일에도 공원을 거니는 주민들 사이로 중국인 관광객들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드라마 '닥터스' 외에도 청라국제도시는 최근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MBC '여자를 울려'. tvN '용팔이', '응답하라 1988', SBS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요즘 드라마는 여기서 꼭 찍어야 한다'는 법도 없지만 거의 모든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장소도 있다.

바로 송도국제도시다.

청라지역과 마찬가지로 세련된 도시느낌이 물씬 풍기는 송도는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좋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후아유 학교2','파랑새의 집', MBC '로열패밀리', SBS '야왕', '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며 영화, 광고까지 송도는 온 거리가 촬영 명소다.

청라가 '애정신 장소'로 주목을 받았다면 송도에는 '주인공 집'이 있다.

드라마 '닥터스'에서 이른바 '금수저' 의사 역 진서우(이성경)의 집은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의 120평 최고급 펜트하우스였다.

KBS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 전 부인역의 배우 박솔미 집도 송도 더샾퍼스트월드 아파트 63층에서 촬영했다.

'흙수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워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낸 화제의 tvN드라마 '또 오해영'에서도 송도 곳곳이 등장했다.

주인공 오해영이 극중 연인과 서로의 마음을 이해 못 하고 엇갈리며 시청자들 심금을 울린 장면은 송도 '커낼워크 NC큐브'에서 촬영됐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극 흐름이 깨지진 않을까 우려가 될 정도로 커낼워크 NC큐브의 아름다운 전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주인공이 운전하는 장면에서 송도가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건 넓은 도로와 그에 비해 통행량이 적은 점이 한몫하고 있다.

현재 방송중인 MBC 드라마 'W(더블유)'에서 극중 천재 재벌 강철이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송도 국제 업무단지에서 찍었다.

인천 원도심 재조명 덕에 관광객 증가

▲ SBS드라마 '닥터스'촬영 모습. /사진제공=가천대 길병원

신도시의 화려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인천 원도심도 드라마에 등장하며 재조명 받고 있다.

인천 남구 '전도관'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드라마 제작진이 선호하는 장소로 꼽힌다.

1호선 도원역 뒤에 위치한 이곳은 일제강점기 미국영사 별장으로 쓰였던 곳이기도 하다. 옛 교회 건물로 한국전쟁 당시 소실됐지만 '전도관'이라는 교회 예배당으로 쓰이다 현재 예술인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는 물론이고 KBS 드라마 '아이리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인천의 옛 모습이 남아있는 동인천과 부평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엄청난 화제를 모으면서 인기가 고공 상승했다.

극중 배경은 서울 쌍문동이지만 실제로 드라마는 인천에서 촬영됐다.

부평 십정동 열우물 마을은 드라마에서 덕선이(혜리)가 뛰어 다니던 동네로 유명하다.

실제 열우물 마을은 재개발 지역으로 철거를 앞두고 있어 인적이 드물었지만 드라마 영향으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집집마다 그려진 벽화를 보러 오거나 출사를 나온 사진사들도 자주 눈에 띈다.

'사라질 마을'이라는 오명으로 우울했던 마을에 드라마가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동인천도 상황은 비슷하다. 차이나타운이나 월미도가 이 지역 대표 관광 코스였지만 드라마가 방송된 이후 이 지역 1등 방문지는 '동인천 잉글랜드 왕돈까스'집으로 바뀌었다.

졸부가 된 정봉이네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즐기며 찾았던 이 음식점은 이미 맛집으로 유명하기도 했지만 이제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귀한 곳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이 중국에서 시청한 횟수가 2억5000만 뷰를 돌파하면서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보고 싶은 장소로 꼽히기도 했다.
 
드라마 촬영지로 인천 '급부상'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 장소로 인천을 찾는 이유가 있다.

인천은 우선 공항과 항구가 있는데다 섬, 달동네, 원도심과 신도심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있는 도시인 셈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청라·송도국제도시와 80~90년대 옛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부평·동인천은 인천만이 가진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혼잡한 서울에 비해 한산한 지역이 많고, 서울과 인접해 있어 촬영 시 오가기 편한 점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넓은 도로에 촬영 차량이 오가기도 쉽고 도로를 통제해서 쓰더라도 통행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면 방해없이 충분히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천시나 인천영상위원회의 노력도 곁들여 졌다.

인천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영상 로케이션 지원사업을 하면서다. 부가가치가 높은 영화·드라마를 유치하면서 저절로 지역 홍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인천은 덕분에 도시 이미지를 높이면서 부대 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 일거양득을 누리고 있다.
 
친환경·첨단 도시로 이미지 바뀌어

과거에도 인천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등장했다. 대부분 인천항이나 남동공단 등이 주 무대였고 범죄나 폭력, 마약 밀매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 때문에 인천의 이미지는 어둡고 범죄가 많은 지역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가 역전됐다.

국내에서 드문 고층빌딩과 대규모 공원이 공존하는 청라·송도국제도시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청정 자연 환경과 첨단 도시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로 송도국제도시가 선정되기도 했다.

해마다 인천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느는 것도 도시 이미지가 개선된 영향으로 보인다.

'문화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문화산업 힘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성공한 드라마 한 편이 가져오는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인천이 '범죄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변모한 데에 이할 정도는 인기 드라마의 공(空)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사진 김혜민 기자 kh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