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유치권 확보 전 빼돌려"...LG "조립 맡겼을뿐 … 우리 자산"
▲ 6월30일 갑을 평택공장에서 LG 측 관계자들이 휴대전화 메인 부품을 반출하고 있다. /사진제공=갑을프라스틱 채권단

LG전자 1차 협력업체인 갑을프라스틱(이하 갑을)의 사실상 부도로 부천지역 180여개 하도급 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LG전자가 갑을 공장에 보관 중인 수백억 상당의 부품을 자신들 소유라며 급하게 빼내간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갑을프라스틱 채권단에 따르면 LG전자는 갑을이 사실상 부도가 난 6월 30일 오후 갑을 평택공장에 보관중인 400억원 상당 고가의 LCD 휴대폰 메인 부품을 긴급 반출해 갔다.

채권단은 이날 LG직원들이 평택공장을 방문한 '갑을프라스틱 평택공장 입·출입' 문서를 공개했다.

LG전자는 또 갑을 부천공장에 있던 G5, F690, V33 등 3개 모델 부품도 확보한 상태다.

이들은 "LG전자가 가져 간 제품들은 갑을 근로자들의 공정이 더해졌고, 갑을 재고로 잡혀 있기 때문에 엄연히 갑을 재산으로 봐야한다"면서 "LG전자가 평택 공장의 400억원대 휴대폰 메인 부품과 부천 공장 금형을 빼돌리지 않았다면 하도급 업체들이 이들 제품을 대상으로 유치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LG전자가 가져간 물품에 유치권만 확보됐어도 업체들의 피해는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어서 대기업인 LG전자의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이 금형은 자신들이 제품 완성을 위해 갑을에 구매해 준 것으로 갑을 자산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부품을 구매해서 조립을 맡긴 것이기 때문에 가져 온 부품들은 LG전자 소유"라면서 "부도난 사실을 인지하고 공정비를 이미 지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갑을프라스틱은 6월30일과 7월5일에 돌아온 하도급업체의 외상매출채권 55억원 상당을 막지 못해 사실상 부도처리됐다. 갑을 부도사태와 관련해 채권단의 고발로 현재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부천=오세광 기자 sk81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