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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니무라 준 /연합뉴스


최근 한국영화를 보면 일본 배우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 많이 제작된 측면도 있지만, 시대극이 아닌 영화에서도 일본 배우들은 이색적인 배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최악의 하루'(김종관 감독)에는 배우 이와세 료가 출연한다.

이와세 료로서는 지난해 개봉한 '한여름의 판타지아'(장건재 감독)에 이은 두 번째 한국영화 출연이다.

3만6천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독립 예술영화 중에는 흥행작으로 꼽힌다. 이 영화를 본 김종관 감독이 이와세 료를 적극적으로 캐스팅했다.

'최악의 하루'는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가 오늘 처음 본 남자와 현재의 남자 친구, 한때 만났던 남자를 하루 동안 잇따라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멜로 영화다. 이와세 료는 서울에서 '은희'를 처음 만난 일본인 소설가로 나와 서툰 영어로 '은희'와 대화를 나눈다. 온종일 한국 남자들과 피곤한 감정싸움을 한 '은희'는 오히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와세 료에게 위안을 얻는다

이와세 료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모든 캐릭터가 다 매력적이라고 느꼈다"면서 "과장하지 않고 제 모습 있는 그대로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종관 감독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오히려 더 잘 '통하는' 관계를 묘사하려고 일부러 일본인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세 료는 일본에서 톱배우는 아니지만, 연극과 영화, 다수의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500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둔 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에서도 일본인 배우가 나온다.

영친왕의 부인인 '이방자' 여사 역을 일본배우 토다 나호가 맡았다. 토다 나호는 허진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일본판 '8월의 크리스마스'에 출연한 인연으로 이번 영화에도 출연했다.

덕혜옹주의 일본인 남편 '소 다케유키' 역할을 한 배우는 한국 배우 김재욱이다. 김재욱은 유창한 일본어 때문에 일본인처럼 보이지만, 어렸을 때 일본에 살아 일본인 못지않은 일본어 실력을 갖췄다.

다음 달 7일 스크린에 내걸리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에서는 일본 배우 츠루미 신고가 얼굴을 내민다.

츠루미 신고는 '데스노트 - L: 새로운 시작', '히어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일본의 중견 배우다. 2011년에는 한국영화 '마이웨이'를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밀정'에서 조선총독부 경무국 부장 '히가시'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히가시'는 '이정출'(송강호)에게 밀정이 돼 의열단의 전모를 캐도록 지시하는 인물이다.

김지운 감독은 NHK 대하사극을 통해 츠루미 신고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출연 제의를 했다. 츠루미 신고는 제작진에 "한국영화 스타일과 스태프들의 열정에 큰 관심이 있었다"면서 "김 감독의 전작들을 봤고, 굉장히 폭넓은 연출을 하는 분이라고 생각해 꼭 출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에는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곡성'은 평온한 농촌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뒤 연이어 발생한 괴이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로, 쿠니무라 준은 외지인 역할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쿠니무라 준은 당시 영화 촬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한국영화 섭외가 또 들어온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배우들이 한국영화에 흔쾌히 출연하는 것은 한국영화와 한국감독들의 높아진 위상 덕분이기도 하다. 영화계 관계자는 "양국 배우들의 스크린 교류가 보다 활발해지면 한국영화계의 위상도 더 높아지고 양국 문화 교류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