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해외입양이 시작된 도시다. 한국전쟁 정전 후 60여년이 흘렀고, 전쟁고아로 시작된 해외입양의 역사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육시설이었던 인천 '해성보육원', 전쟁의 상처를 담은 혼혈아 보육시설 '명성원' 외에도 '성 가정의 집', '성 원선시오의 집' 등 인천은 해외입양의 전초기지였다.

이제 고령의 나이에 들어서고 있는 20만 해외입양한인들의 '디아스포라'가 꿈틀대고 있다. 부모, 친지들의 연고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들은 한국계 외국인으로서, 재외동포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뿌리내리길 희망하고 있다.

중구 월미도에 위치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3년 여 동안 준비해온 '또 다른 이민, 해외 입양' 특별전을 열고 있다. 해외입양의 역사 자료와 해외입양인들의 애환이 담긴 물품들이 고스란히 소개됐다. 이번 전시회는 비록 해외입양이 생존을 위한 강제적 조처였다고 할지라도 해외에서의 한국인의 삶이라는 측면에서는 한민족 이민의 역사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사실, 해외입양인의 삶 속에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만은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뿌리를 찾아주는 일은 중요하다.

혈연은 삶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국방문, 친생부모 찾기, 위탁모 상봉, 취업, 영구귀환 등 해외입양인들의 새로운 삶의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는 미국과 프랑스에 입양된 자매가 온라인을 통해 극적으로 만나게 된 기적과 같은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피붙이가 없는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최근들어 비록 낯선 땅 다른 문화에서 성장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태어난 한국으로의 귀환을 꿈꾸고 있다. 더욱이 인천은 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였고, 다시 디아스포라의 관문이 되고 있다.

시작과 끝이 인천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특별전은 처음으로 새로운 한국인의 삶을 확장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 해외입양인들의 디아스포라의 가능성과 문제에 대한 담론을 던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그동안 해외입양인들이 간직해온 마음속의 '집'과 '조국', '고향'과 '뿌리'를 찾아주고, 이들의 양부모, 후손까지도 포용하는 성숙한 대한민국으로서 한국이민사의 한 페이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