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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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한 예술인이 있다. 그는 자신의 열정을 너무 사랑해 예술을 하지 못 하고는 견딜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은 '자아실현도 좋지만 먹고 살 길도 좀 찾아보라'고 권하지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올 인' 하지 않고는 이 바닥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타를 기획적으로 길러내는 '스타 시스템'에 합류할 기회도 없다.

그의 수입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커피숍에서 받는 얼마간의 돈이 전부이다. 그는 '뜰 때'까지 무명예술인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얼마 전 그는 공공기관이 문화예술인들에게 주는 지원비 신청을 했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아 탈락하고 말았다.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른다. 그는 지쳐가고 있다.

'문화융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몇 년 전 한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죽은 사건 이후 각 지자체는 문화예술인들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서울의 경우 '서울예술플랜'을 통해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주거·창작 공간부터 일자리까지 종합 지원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된 건 아니지만 인천의 경우 인천문화재단이 아트플랫폼 공모를 통해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별도의 공모를 통해 사업지원금을 지원 중이다. 그런데도 인천의 많은 예술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예산이 한정적이어서 지원받지 못 하는 예술인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원예산 역시 '다액소건'이냐, '소액다건'이냐의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 하는 상황이다. 다액소건일 경우 혜택받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소액다건이면 작품의 질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문화는 특히 예산에 비례하는 것인데 '쥐꼬리만한' 예산을 갖고 창작활동을 하려니 이도 저도 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경로로 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예술인들의 운명이다. 이런 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돌파구는 지원규모를 키우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없는 시 예산을 쥐어짜서 쪼개고 쪼개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문화예술 스폰서십(sponsorship)'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스폰서십은 대부분 '자선'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기업들은 자선의 개념에 회의를 갖기 시작한다. 기업들은 이때부터 사회환원 차원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반대급부로 생각하는 본격적인 스폰서십 개념을 모색한다.

1984년 미국이 개최한 LA올림픽에서 기업들은 중계방송을 통해 상업광고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회사이름과 제품명을 노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스포츠를 중심으로 스폰서십이 진행돼 왔다. 문화예술스폰서십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연수구, IFEZ, 인천교통공사, 인천도시공사, 인천관광공사 등이 후원을 했다. 신한카드, 신한은행, 카스, 지포, 몬스터 에너지, 립튼, 네파 등의 회사는 협찬으로 참여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원 내지 협찬 회사들은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곳에 회사명을 노출시켰다. 10만여 명의 관객들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락 페스티벌을 검색한 사람들은 싫건 좋건 회사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을 쿵쿵 두드리며 전율을 일게 하는 락 공연과 후원 회사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오버랩'됐을 것이다.
스폰서십은 자선의 개념인 '메세나'(mecenat)와는 달리, 분명한 반대급부를 갖는 마케팅 전략이다.

기업들은 문화예술 스폰서십을 전략적 마케팅 차원으로 접근하고, 문화예술인들은 타깃회사를 공략할 만한 설득력 있는 '반대급부'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선 이 '반대급부'가 중요하다. 인천의 기업들에게 '메세나가 아닌' 제품 판매나 브랜드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수익전략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기업과 문화예술인들의 스폰서십 관계가 활성화될 때 문화예술인들의 '파이'는 훨씬 커질 수 있다. 그 혜택은 인천시민들의 다양하고 질 높은 문화향유로 이어질 것이다. /김진국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