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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로(사법연수원 20기) 인천지검 검사장이 업무에 복귀했다.
진경준 검사장(21기)의 '주식 대박' 비리 의혹사건 특임검사 활동을 마무리 짓고 26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진 검사장은 서울 출생이지만 인천과 인연이 얽혀 있다. 인천지검 2차장(2012년)과 부천지청장(2014년)을 거쳐 2015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수사 결과 그는 인천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진그룹과 '잘못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처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를 차린 뒤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던 서용원 한진 사장에게 '일감을 달라'고 요구해 용역계약을 따냈고 한진그룹 계열사로부터 13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앞서 진 검사장은 법무부 징계 절차가 진행되던 올 5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는데, 빈 자리를 메울 후임 본부장으로 차출된 김우현(22기) 대구고검 차장은 인천지검 공판송무부장(2008년) 출신이다.

대검찰청은 이금로 특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검찰 '셀프개혁'을 하겠다며 4개 태스크포스(TF)로 이뤄진 검찰개혁추진단 구성을 선언했다.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TF' 팀장으로 문무일(18기) 부산고검 검사장이 임명됐다. 문 고검장은 인천지검 검사(1997년)와 1차장(2009년)을 지낸 특수통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수사도 진두지휘했다.

이금로 특임검사를 임명한 주인공은 김수남(16기) 검찰총장인데 김 총장은 인천지검 2차장(2007년) 출신이다. 검찰권 행사와 인사에 있어 최종 권한을 쥔 법무부를 이끌고 있는 김현웅(16기) 장관 역시 인천지검 1차장(2008년)을 역임했다.

인천을 거쳐간 검사들의 발자취는 한국 검찰의 흥망성쇠를 빼닮은 측면이 있다.
김광준(20기)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는 현직 검사 신분으로 구속된 경우다. 2012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뇌물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그는 초임검사 시절을 인천지검(1991년)에서 근무했다.

김 전 검사를 구속한 사람은 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던 김수창(19기) 특임검사인데 김 특임검사는 인천지검 2차장(2010년)을 지냈다. 그는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있던 2014년 제주시내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검사 직을 내려놨다.
최단명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학의(14기) 전 차관은 인천지검 검사(1985년)와 1차장(2006년)을 역임했다. 2013년 건설업자로부터 강원도 원주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차관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정동기(8기) 전 인천지검 검사장은 이명박 정권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 발탁됐으나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스폰서 연루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2011년엔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됐지만 전관예우 논란 등에 휩싸이자 자진 사퇴했다.

정 전 검사장과 인천지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한상대(13기)·김진태(14기) 두 명의 전직 검찰총장 역시 인천지검을 거쳐간 대표적 인물이다. 두 사람은 정 전 수석이 인천지검 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각각 1차장과 2차장으로서 당시 정 검사장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었다. 이후 한 전 차장은 제 38대(2011~2012년) 검찰총장에, 김 전 차장은 제 40대(2013~2015년) 검찰총장에 올랐다.

강원 강릉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3선 권성동(17기) 국회의원은 인천지검 특수부장으로 있던 2005년 '굴비상자' 뇌물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18대 총선 때 정계에 입문해 집권여당 사무총장에까지 오르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으나 올 6월 당내 계파갈등 와중에 경질됐다.

인천과 직접 연고는 없지만 영어의 몸이 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17기) 변호사에 대한 기자의 추억도 있다. 2008년 법무연수원에서 마련된 '형사사법 언론인 기숙교육' 첫 강사로 나선 당시 홍만표 법무부 대변인은 '형사절차의 개요'란 제목의 65쪽짜리 슬라이드를 펼쳐놓은 채 홀로 장장 3교시 강의를 진행했다. 전혀 지루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다.

화면 가득 채워놓은 '초코파이 정(情)' 이미지를 설명하면서 인간애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모습, "검찰과 언론은 '실체적 진실 발견'의 공동 협조자"라는 결말은 감동적이었다. 그런 그가 비리 법조인으로 추락한 모습을 지켜보는 충격과 절망감은 크다. 하물며 후배 검사를 자신의 손으로 조사하고 형사처분해야 했던 이금로 검사장의 심경은 복잡함과 착잡함 그 어디 쯤에 있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흐르는 강물은 온갖 사연을 품은 채 조용히 바다로 흘러갈 뿐이다. 역사의 강에 마치 파편처럼 던져진 작은 존재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 모두는 보다 겸손해지고 또 자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