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가로림만' 보호 지정...국내 으뜸서식지 외면 '갸우뚱'

개체수가 급감한 '점박이 물범'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어그러지고 있다. 행정기관이 손을 쓰는 데 한계가 있고, 지역주민의 반발 역시 만만찮다.

서해의 보석 '백령도'.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다양한 생물군이 분포해 있다.

특히 국내 제 1의 점박이 물범 서식지가 백령도다.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로 형상화된 점박이 물범은 인천의 상징이다.

하지만 멸종위기 점박이 물범,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되고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점박이 물범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는 이번에도 백지화됐다.

해양수산부가 28일 내놓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소식에 '인천'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혹시 점박이 물범을 위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가능성에서다.

그러나 기대는 허망하게 끝났다. 이날 발표된 해양보호구역 지정지는 충남 가로림만 해역 91.237㎢였다.

해수부는 "가로림만은 점박이 물범 등 보호 대상 해양생물의 서식처이자 다양한 수산생물의 산란장이다"며 "어업인들 삶의 터전으로서도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고 가로림만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백령도에 이은 우리나라 제 2의 점박이 물범 서식지인 이곳엔 매년 10여 마리의 점박이 물범이 봄부터 여름까지 머물다 중국 발해만으로 돌아간다"고도 했다.

국내 제 1의 점박이 물범 서식이인 백령도 사정은 어떨까.

2013년 백령도 인근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해수부.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보호구역 지정 추진이 멈췄다.

인공섬 조성, 관찰전망대 조성, 점박이 물범 모니터링, 생태교육 등의 기회가 사라졌다. 지난해 말 해수부가 점박이 물범 살리기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인천일보 7월27일자 19면>

'인간'이 가장 큰 천적인 점박이 물범은 1930년대 8000마리에 달했지만 1980년대 2300마리, 2000년대 1000마리 이하로 줄었다. 백령도 개체는 2002년 340마리에서 2011년 246마리로 감소했다.

해수부도 점박이 물범을 위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검토했지만, 지역주민들 반발에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심지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도 어민들의 경제적 손실은 없다. 어업 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지역주민의 마음을 돌려 놓지는 못한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존의 중첩된 규제 탓에 지역주민들의 활동에 제약이 커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반대하는 것 같다"며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