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야자 폐지' 고심 … 고등학생 위한 '예비대학과정' 운영
▲ 이재정 교육감은 '야간자율학습 폐지'는 "지난 2014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취임 토론회에서 학생 1000여명과 대화 도중 나온 요구사항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야간 학습은 비인간적인 장치
수능은 일종의 기준 만드는것
본인 적성 선택토록 이끌어야
알파고·인공지능시대 오는데
점수·등급制서 하루빨리 해방
아이들 잠재력 현실화 시켜야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집무실에 만난 이 교육감은 자리에 앉자 마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이날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교육감은 '경청'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야간자율학습(야자) 폐지'를 후반기 주요 정책으로 내놓은 배경은.

-'야자폐지'를 고민한지 1년이 됐다. 당선 이후 공식적으로 학생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야자폐지'가 거론됐다. 학생들이 제안한 의견 중 '야자폐지'가 가장 높은 점수로 나왔다.

문제는 그냥 '야자'를 없애는 것이 아닌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야자는 학교가 학생들을 묶어두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비인간적인 것이다. '야자폐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정규교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0교시 수업부터 정규수업, 보충수업, 야자까지 책임을 지고 있다. 교사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정규교과를 제대로 해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교장 평가에서도 야자는 효과가 없거나, 학교에 부담만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작년부터 꿈의 학교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자기적성이 무엇인지 자기 꿈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시간을 갖도록 해 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끔 하는 일이었다.

▲인근 대학 총장들과의 만남도 있었는데, 예비대학과정의 현재 진행상황은 어떠한가.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고민해 본 결과, 대학을 동원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비대학과정' 운영이다. 경기도에는 총 78개 대학이 있다.

경기도는 비교적 대학의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이를 이용해 대학이 고등학생들을 위한 예비대학을 운영해보는 것이다.

카이스트의 경우 예비대학과정이 있다. 과학고나 영재고에서 합격한 학생들을 미리 데려다가 예비대학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행교육에 불과하다.

이와 다르게 야자의 대안으로 추진한 '예비대학과정'은 주중에 오후 7~9시까지 야간대학 운영으로 학생들이 월~금 동안 2학점짜리 강의 직접 선택하고, 인문학, IT, 문학,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본인 역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학들도 이에 대한 의견으로 예비대학결과를 실제 입학전형에 반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육부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렇게 된다면, 대학입시 체제가 바뀌는 것도 염두 해 볼 수 있다.

학생기록부 등에 예비대학과정의 결과를 반영하면 수행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 자기주도 학습 등이 요새 수행평가에 들어가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생활기록부를 보고 평가할 만한 기준은 없다. 대학입장에서도 예비대학과정을 통해 전형에서 어떤 강의를 듣고, 평가를 받았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학이 없는 지역의 경우에는 대학에서 관련 팀을 꾸려, 예비대학이 없는 지역에 나가 공공시설을 빌려 강의를 할 수도 있다. 직접 현장 강의를 듣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문제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1% 내의 학부모들이다. 그러나 99%의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같은 계획으로 입학전형에 들어가는 생활부에 교육과정결과를 반영하고, 대학에서도 자기 학교에서 예비대학과정을 거친 학생들에게 일정부분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면, 이거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가 갈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고 정할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을 탈피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학부모들의 우려가 큰데 어떻게 해소하나.

-우리가 준비를 제대로 한다면 내년 3월 이전까지 (타 시·도교육청 등에서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대학도 이 아이디어가 처음이기 때문에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학교로서는 대학입학자원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홍보수단으로도 중요하다. 대학으로서도 손해날 것이 없다.

지금 생각으로는 예비대학과정을 정규교수들이 아닌 대학원 박사과정이나 석사과정 등에 있는 일정한 정도의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예비대학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수도 실시할 생각이다. 이에 강의료를 주고 강의를 하게 한다면 일자리 창출로 효과도 볼 수 있다.

좋은 인력들에 대한 사회적 방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예비대학을 통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

대학에서는 실제 학생들이 잘 모르고 들어온다고 한다.

이에 전공분야에 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할 테니 함께 포함했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

그러면 우리아이들은 고1 부터 여러 분야를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대학을 들어갈 때 제대로 된 판단과 선택을 하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전과 등을 생각할 필요 없이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운영으로는 참여하는 대학 전체의 자료를 앱에 올려서 앱 다운을 통해 학생들이 전체 자료를 보고 자기가 선택할 수 있도록, 폰을 통해 직접 신청하면 전체에서 추첨으로 뽑으려고 한다.

지망 순으로 학교와 과 등을 선택하면서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게 할 생각이다.

앞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 많다. 교육부, 학교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8월말까지 전체 대학을 다 만나볼 계획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방법적으로는 얼마든지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획일적인 대학입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수능 백점을 받았다고 해서 우수한 것은 아니다. 수능은 일종의 기준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는 어느 분야에서 A등급을 받을 것이다.

그게 인정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예비대학에서 자기가 1등급 받을 수 있는 분야가 뭔지, 찾도록 도와주고, 이를 더 계발해주자는 것이다.

원래는 '야자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자'는 것이 제목이었다.

'해방'을 시켜서 갈 곳을 찾아주자는 것이었다. 야자로부터 해방이 돼야 갈 곳을 찾아가지 않겠나.

알파고, 인공지능시대가 오고 있는데 학교교육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이냐고 학부모들이 직접 묻고 있다.

이제야말로 교육이 암기를 해서 답을 맞추는 수능식 교육이 아닌,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꿈을 만들어가고 이를 현실화 시켜나가는 노력을 하도록 변화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 우리교육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잠재력을 말살시키는 교육이다. 점수와 등급을 나누는 수능제도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

이미 수능을 반영하는 입시는 30%밖에 안 된다. 여전히 우리 고교교육은 1학년부터 수능을 대비한 교육이다. 적어도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사라져야 한다.


/인터뷰 홍성수 사회부장·정리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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