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4년여전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으로 살해된 피해 여성측 유족에게 국가는 더 폭넓게 피해를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조선족 오원춘에게 납치·살해된 뒤 잔인하게 훼손된 채 발견된 A(28·여)씨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213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단지 경찰의 '구조 기회 박탈'에 따른 위자료만 인정했지만, 늑장 대응으로 인한 피해자가 사망한 점에 대해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등까지 더 폭넓게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오원춘은 2012년 4월1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시 지동에서 자신의 집앞을 지나던 A씨를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당시 A씨는 납치된 이후 경찰에 전화로 구조요청을 했지만 신고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늑장출동한 사실이 알려져 책임 논란이 불거졌다.

유족들은 "112신고를 했는데도 초동 수사가 미흡해 고귀한 생명을 잃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경찰의 위법행위로 A씨가 사망하게 됐다"며 "국가는 A씨의 유족에게 9천98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경찰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A씨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1심에서 인정한 재산상 손해와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경찰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A씨가 생존한 상태로 구조될 여지도 없지 않다"며 "국가는 이러한 기회가 박탈된 것과 관련해 유족에게 정신적 위자료 21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재산상 손해와 피해자 사망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항소심은 국가가 유족에게 지급할 배상액을 다시 판단하게 됐다.

 
/김태호 기자 th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