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얼마 전 넥슨에서 성우 김자연을 교체했다. 김자연씨가 메갈리아에서 제작한 '페미니즘 티셔츠'를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레진코믹스의 웹툰 작가 다수와 네이버 웹툰 작가 일부(박지은, 해츨링 등)는 유감을 표명하며 해당 성우를 응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작가들을 비판하는 유저들이 레진 코믹스를 줄줄이 탈퇴했다. 박지은과 해츨링이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은 별점 테러를 당했다.

이 해프닝을 페미니즘과 반(反)페미니즘의 대결구도로 보기는 어렵다. 이 소란은 '페미니즘'과 연관되어 있지만 실제로 페미니즘을 근거로 들어 논쟁하는 입장(특히 반-페미니즘)에서는 그것의 왜곡된 의미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우 및 웹툰작가의 입장표명에 대하여 "그래서 메갈이야, 아니야?"하는 질문은 이는 '메갈리아=페미니즘'의 공식에서 비롯된다. 분명 메갈리아의 많은 부분이 페미니즘을 향해 있지만, 그들의 전략이 과연 효과적인지 그것이 페미니즘의 정신과 얼마나 합치되는지는 별개로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메갈리아가 곧 페미니즘은 아니다. 따라서 '페미니즘 티셔츠'를 두고 메갈이냐 아니냐를 물어야 할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페미니즘 티셔츠-메갈리아-생업에 대한 위협'으로 가는 구도이다. '페미니즘=메갈리아'라는 잘못된 공식을 전제로 하다 보니 성우 해고나 별점테러 등은 특정 행위에 대한 '비난'에 가깝다. 김자연 트위터의 내용이나 여타 웹툰 작가의 지지의사가 왜 그들의 생업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가? 페미니즘이 '정치'성향일 수 있으며 정치적 의사표현이 직업과 무관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다만 이 경우 그들의 정치성향이 그들의 직업 활동에 반영된 것 같지는 않다. 김자연씨가 맡은 캐릭터는 페미니스트인가? 박지은이나 해츨링의 작품이 '비(혹은 반)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인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정치성향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생업을 박탈당해야 마땅한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질문은 페미니즘과 정치의식에 대한 잘못된 공식을 바로 잡아야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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