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인하대 교수
김경배 인하대 교수

최근 인천의 가치재창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역사도시, 국제도시, 해양도시, 산업도시 등 인천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발굴과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필자는 인천의 가치재창조를 위해서는 해양도시 인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인

천은 해양도시이다. 서구의 문화가 한국의 지역정서와 조화되어 새로운 문화로 발전된 공간이다. 인천은 1883년 개항을 통해 산업화와 국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곳이다. 이러한 인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가 인천개항장이다.

인천개항장은 100년 역사를 갖는 인천내항과 중구청 주변지역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이 설립된 장소이고 하와이 공식이민을 위한 선박이 출항했던 곳이다. 인천개항장에는 대한민국 최초, 최고의 가치를 지닌 많은 역사문화 자원이 존재한다.

최초의 외국인 마을, 은행, 우체국, 영사관, 기상대, 성냥공장 등이 있었다. 개항박물관, 한국문학관, 자장면박물관, 이민사박물관, 역사박물관, 인천문화재단, 아트플랫폼, 문학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밀집되어 있다. 자장면, 쫄면, 신포 닭강정, 공갈빵, 만두 등 많은 음식문화의 발상지이다. 이처럼 인천개항장은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아름다운 도시 인천의 보물창고이다.

최근 수인선이 개통된 이후 인천개항장과 신포시장, 차이나타운, 월미도, 아트플랫폼을 찾는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방문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인천개항장은 1000만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 보석이며, 관광도시 인천의 자랑이다. 인천개항장은 고층고밀의 아파트가 점령한 300만 대도시 인천의 열악한 도시환경에 전혀 다른 매력을 제공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새로운 도시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노후창고를 창조적으로 활용한 인천아트플랫폼의 중요성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차이나타운처럼 많은 관광객이 밀집한 공간은 아니지만 인천아트플랫폼은 월미도, 차이나타운과 함께 인천관광의 대표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 인천문화예술의 새로운 거점으로 인천개항장과 주변지역이 부각되고 있다. 송도, 청라, 영종 국제도시에서 행해지는 도시개발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시설계방식, 즉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장소기반 도시설계기법이 필요하다.

최근 인천개항장의 품격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졌다. 2016년 국토해양부가 지원하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에 인천개항장이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은 인천내항 개방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을 통해 시작됐다. 그리고 아주 작은 주민참여 도시재생대학을 통해 발전됐다.

2013년 인천 중구청이 지원하고 인하대가 주관했던 인천도시재생대학(특강-답사-스튜디오 실습이 포함된 8단계 교육과정)에서 고민했던 결과물이 정부예산을 확보하는 단초가 된 것이다. '도시락'(도시에서 시도 때도 없이 즐거운) 도시공간으로 1.8부두를 만들자는 미래비전을 제시한 도시락 특공대(시민, 학생, 전문가로 구성된 인천도시재생대학 참가팀의 명칭)의 작은 희망이 큰 결실을 맺은 것이다.

2016년 오랜 기간 닫혀 있던 인천내항 8부두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해양도시 인천의 새로운 문화공간 거점을 형성하기 위한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이 태동되고 있다. 아직 개방된 8부두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2017년부터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중몰 사업에 적지 않은 국비가 투자될 예정이다. 개방된 8부두와 노후창고를 창조적인 도시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시드니 달링하버, 런던 사우스뱅크 등 선진 해양도시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워터프런트 도시디자인이 필요하다. 보행접근성, 대중교통 연결성, 공공성, 안전성, 쾌적성이 확보된 한국형 워터프런트 도시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이 필요하다.

해양도시 인천의 가치재창조를 위한 새로운 미래발전 동력으로써 인천내항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보행연결성과 대중교통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인천개항장의 스토리 발굴과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새로운 앵커기능 도입이 필요하다.

인천개항장의 산업구조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개방된 인천개항장의 워터프런트를 누가,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수없이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인천시민, 항만노조, 인천광역시, 해양수산부, 철도청, 인천항만공사,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소통과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내항의 개방은 2016년 시작됐고 2030년 이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아름다운 인천의 보물창고, 인천개항장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꿈꾸고 기대한다. /김경배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