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전대서 '롤 콜' 투표로 확정…28일 후보수락 연설 예정
샌더스, 버몬트 순서때 "롤 콜 투표 중단하고 힐러리 지명하자" 제안
후보지명 순조롭게 진행…샌더스 지지자들 지명후 전당대회장 바깥서 격렬시위


힐러리 클린턴(68)이 26일(현지시간) 마침내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미 주요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후보가 탄생한 것이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오후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의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진행된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진행된 대의원 공개투표 '롤 콜'(Roll Call·호명)을 통해 후보지명 기준인 대의원 과반 2천383명을 무난히 확보하고당의 대선 후보로 등극했다.

클린턴 후보는 각 주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롤 콜 시작 1시간15분만에 역사적인 승리를 확정 지었다.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강경 지지자들이 전당대회장에서 격렬한 항의시위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롤 콜 절차는 별다른 차질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일부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은 지명절차 종료 후 전당대회장을 빠져나오면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뒤이어 바로 옆 '프레스센터'로 이동해 기자회견과 함께 클린턴 후보 지명을 강력히 비판했다.

샌더스 의원의 지역구인 버몬트는 알파벳 순서대로 유타와 버지니아 주 사이에 경선 결과를 발표하게 돼 있으나, 민주당은 극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순서를 마지막으로 미뤘다.

버몬트 순서에 마이크를 잡은 샌더스 의원은 "사회자에게 제안한다. 전당대회 절차 규정에 관한 행사를 중단하고 힐러리 클린턴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후보는 앞서 경선 과정에서 '이메일 스캔들'과 '벵가지 사건'에 발목이 잡힌데다가 기성 주류 정치권과 경기 침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특히 백인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분노를 등에 업은 '아웃사이더' 샌더스 의원의 돌풍에 밀려 몇 차례 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흑인과 히스패닉계 등 소수계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경선을 승리로 장식했다.
 
클린턴의 민주당 후보 지명은 여성에 대한 보이지 사회적 장벽인 공고한 '유리천장'을 깼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포한 미국 역사에서 지금까지 여성 대통령은 물론 여성 부통령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1789년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228년간 44대에 걸쳐 모두 남성 대통령이었고, 더욱이 미국의 양대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여성이 후보로 지명된 역사도 없다.

클린턴 후보 개인으로서는 2008년 첫 대권 도전에 실패한 뒤 8년 만에 재도전해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2008년 당시 경선 초반까지만 해도 대세론을 굳혔으나 정치 신예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석패했다.

클린턴 후보는 1947년 10월 26일 미국 일리노이 주(州) 시카고 근교에서 영국 웨일스 혈통의 아버지 휴 앨즈워스 로댐과 어머니 도로시 엠바 하월 로댐 사이에서 3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웰즐리대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으며, 이곳에서 한 살 많은 아칸소 주 출신 법학도인 지금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났다.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클린턴 후보는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백악관에 입성한 뒤 '일하는 퍼스트레이디'로서 왕성하게 활동했고 이후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거쳐 민주당의 첫 여성 대선후보 고지에 올랐다.

클린턴 후보는 앞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트럼프 후보는 앞서 지난 19일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여성 대 남성', '주류 정치인 대 아웃사이더', '대통령가문 대 부동산재벌' 등 여러 측면에서 사상 초유의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