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인천 돌아온 이유는
▲ 지난 15일 박태환(왼쪽)이 유정복 시장을 만나 올림픽 출전기회를 얻기까지 도움을 준 인천시에 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유 시장 "기회 줘야" 기자회견 자처
올림픽출전 어려울 때 적극적 도움
다른지역 제의 거절 … "인천서 은퇴"


박태환이 인천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결국 '보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그는 고액 연봉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한 타 지역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인천을 선택했다.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고자 고군분투할 때 기꺼이 나서 도움을 준 유정복 인천시장과 인천시, 인천시체육회에 대한 감사한 마음 때문이다.

박태환과 인천시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태환은 배우 복서 이시영과 함께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이 2013년 인천 전국체전과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추진했던 이른바 '스타 마케팅'의 핵심 선수로 영입됐다.

박태환은 기대에 부응하듯 2013년 인천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육대회 수영 4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역시 인천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수확하며 활약했지만, 지난해 3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절치부심하던 박태환은 선수로서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국제대회에 나가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을 가볍게 통과하며 실력을 입증해 보였지만, 대한체육회의 규정에 막혀 그는 홀로 어려운 싸움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바로 이때 유정복 인천시장이 박태환의 손을 잡아줬다.

당이 다른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스타마케팅의 핵심 선수였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2013년부터 약 2년 동안 인천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박태환을 돕고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유 시장은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던 지난 5월2일 시청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박태환 선수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아울러 인천시는 지난 3일 박태환의 국가대표 지위를 인정한 법원 가처분 결정과 10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판단에 '환영' 입장을 밝히고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유 시장도 당시 "그동안 어려움이 있었지만 의지와 목표를 갖고 훈련해온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인천시민뿐 아니라 국민이 성원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간직해주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이런 인연으로 박태환은 브라질로 떠나기에 앞서 지난 15일 인천시청을 찾아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날 오전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인천시청에 온 박태환은 "한국 내 훈련 장소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인천시 도움으로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었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당시 고마움을 표시했었다.

박태환은 사실 최근까지 올 해 전국체전 개최지역인 충청남도 등으로부터 좋은 조건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제안을 뿌리치고 최종적으로 가난한 인천시청을 선택했다.

게다가 인천시 소속 선수로서, 나아가 인천시민으로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재능기부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다짐을 해보이면서 진정성도 담아냈다.

강인덕 상임부회장은 "비록 금지약물 복용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박태환은 한국에서 유일한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다. 한 때 인천 소속이었고 이제 인천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려고 한다. 우리는 박태환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멋지고 의미있게 장식하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