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안전 등굣길' 지도
수원서부署 730여통 받아
일월初 시작 … 타교로 확대
警 "알아주니 힘나고 뿌듯"
가슴 뭉클한 글 로비 게시
▲ 26일 오후 수원서부경찰서에서 경찰관들이 일월초등학교 학생들의 손편지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수연 기자 ksy92@incheonilbo.com

"경찰관님 깃발을 왔다 갔다 하시느라 팔 많이 아프시죠. 매일 아침마다 저희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더 이상 등굣길이 무섭지 않아요."

26일 오전 수원서부경찰서 경찰관들은 매일 초등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쓴 730여통의 손편지들을 읽으며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경찰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알아주니 너무 뿌듯하고 힘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초 '학교다녀오겠습니다' 프로젝트 일환으로 수원서부경찰서는 지역 내 23개 초등학교와 1개의 특수학교에 연간 약 7100명의 경찰관을 투입해 등굣길 안전확보 캠페인을 꾸준히 펼쳤다.

지금은 매일 아침 학교 등굣길을 지키는 경찰에게 서로 친분을 표현할 정도로 '절친' 사이가 됐다.

지난 7월 초 아이들은 형형색색의 편지지에 여러 내용의 글씨를 또박또박 담아 감사의 마음을 경찰관들에게 전달했다.

편지들 가운데 경찰관이 초등학교 인근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은 예쁜 편지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의 이러한 정성스러운 생각은 일월초등학교에서 시작됐다.

일월초등학교는 6학년들이 학생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학교다.

그러던 지난 7월 일월초의 6학년 황지성 학생회장이 교사들에게 "어떻게 무더위에 고생하는 경찰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후 이 학교는 수차례 학생회 논의를 거쳐 '정성스러운 손편지를 전하자'고 결정했다.

일월초등학교 학생들은 총 442장의 편지를 직접 작성해 지난 7월19일 아침에 평소와 같이 등굣길 안전활동을 벌이던 이화선 수원서부경찰서장에게 전했다.

경찰관들이 아이들의 감사의 편지를 한아름 전달 받았고 같은달 22일 중촌초등학교 아이들도 수십통의 손편지를 전했다.

같은 시기 세류초등학교 학생들도 지역 파출소를 직접 방문해 수백통의 편지를 전달하는 정성스러움까지 보였다.

이렇게 전해진 편지는 무려 730여통이다. 고사리 손으로 쓴 이 편지들에는 "더운 날씨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저와 친구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항상 힘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인사가 적혀있었다.

또 어떤 학생은 "매일 아침에 교통지도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옷 입고 학교로 바로 오는게 더욱 신기해요. 요술지팡이를 타고 오는 것 같아요. 교통지도를 하면 팔이 아프지 않나요"라는 등 순수함이 묻어나온 질문도 있었다.

중촌초등학교 강선희 교장도 편지를 통해 "스쿨존 표지판, 횡단보도 이설, CCTV 위치 변경 등 교통안전 시설물의 개선과 학생의 안전확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데에 깊이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수원서부서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사랑의 손편지를 민원인들이 함께 볼 수 잇도록 경찰서 로비에 게시했다.

로비에서 전시된 편지를 읽던 한 경찰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편지를 썼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그간의 활동들이 머리에 떠오르며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