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해양보호구역지정 주민 반발에 보류
전망대·인공섬 조성 절실 … 예산확보 미지수
▲ 점박이 물범. /인천일보 자료사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로 사랑을 받았던 백령도 점박이 물범이 외면받고 있다. 점박이 물범을 보호하고 관광 자원화하는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탓이다.

점박이 물범 관찰 전망대도 없는데다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다.

지난 24일 찾은 백령도 하늬해변. 백령도 마스코트이자 멸종위기종인 점박이 물범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하늬해변 입구에 '점박이 물범 길' 관련 표지판만 설치돼 있을 뿐, 점박이 물범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이나 전망대는 없었다.

자녀에게 점박이 물범을 직접 보여주면서 생태 교육을 기대했던 한 관광객은 아쉬운 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찾은 한 관광객은 "흔히 볼 수 없는 점박이 물범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았지만 물범바위가 너무 멀어 보이지 않는다"며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인 만큼 전망대를 설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점박이 물범의 휴식 공간에 대한 대책도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하늬해변 인근에 점박이 물범이 쉴 수 있는 바위는 총 3개다. 관광객들은 점박이 물범이 바위에 올라가 있을 때만 관찰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점박이 물범 개체 수에 비해 공간이 부족해 물범 끼리 자리를 쟁탈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점박이 물범이 서로 발톱으로 할퀴어 상처를 입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3년 백령도 인근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령도 해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면 인공 섬 조성, 관찰전망대 조성, 점박이물범 모니터링, 생태교육 등 각종 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보호구역 지정 추진이 잠정 보류된 상태다.

이후 해수부는 인공 섬을 조성하겠다며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사업이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예찬 점박이 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은 "인공 섬을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점박이 물범 열쇠고리를 사고 싶어도 심청각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단 한 곳만 있을 뿐, 그 외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