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편집장

매일 아침 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인천에서 인천으로 출근하면서 나는 인천에서 서울 가는 길은 조금이라도 불편할세라 지하에 전용도로까지 만들었지만, 어째서 인천에서 인천으로 출근하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는 이렇게 비좁고, 불편한데도 개선이 안 될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지방의 모든 길은 서울을 향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여름, 모든 길은 속초로 향하는 것 같다. 여름휴가로 2박 3일간 속초에 다녀왔는데, 속초행 고속버스마다 매진이다. 홍천 지나 인제에 접어들자 거리마다 '포켓몬GO'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포켓몬GO는 지난 7월7일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다운로드 앱이 마비될 만큼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지만, 국내에서는 구글과 지도사용문제가 걸려 다른 지역, 특히 서울에서는 이 게임을 할 수 없다. 현재 속초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서울에선 즐길 수 없는 것을 속초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며, 지방 시민으로써 묘한 쾌감을 느꼈다. 서울에선 당연하게 누릴 수 있지만, 지역에선 큰마음 먹어야 가능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서울독식사회이다. 서울이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지방에서 온다. 서울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지역 곳곳에 핵발전소가, 고압송전탑이 세워진다. 서울이 쓰고 버린 쓰레기는 인천 서구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한다. 그런데도 울산, 영덕 일대의 핵발전소, 밀양 송전탑, 강정 해군기지, 성주 사드배치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중앙언론들은 이것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기 일쑤다. 그런 뉴스만을 접한 사람들은 이것을 지역만의 문제로 여겨 지역민들을 비난한다. 지역은 그렇게 고립되고 상처받는다.

지난 21일 서울역 사드집회에 참석한 성주 군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집단으로 서명했다고 한다. 사드 배치문제를 직접 겪다보니, 언론의 왜곡보도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그제야 세월호와 밀양, 강정에서 목소리를 냈던 이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여전히 하나의 공동체라면 이런 문제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장이 손가락 하나도 소외시키는 법이 없는 것처럼 타인의 희생, 타 지역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사회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더 많은 외부 세력이 필요하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