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조사관 사전 심층면접
갈등원인 파악해 방법 제시
실제 소송취하 이끈 사례도
"인간 관계학적 접근이 중요"


1963년 서울가정법원 출범 이후 인천가정법원이 문을 열기까지 꼬박 53년이 걸렸다. 가정법원 전국 시대가 열린 건 5년 전이다. 지난 2011년 인천과 경제 수준이 비슷한 부산에서 서울가정법원 이후 최초로 가정법원이 추가 개원했다.

부산에 이어 대구, 대전, 광주 등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잇따라 가사사건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을 설치했다. 그동안 인천만 지방법원에서 가사 재판을 진행해 왔다.

지난 3월 인천에서도 가정법원 시대가 열리고 넉 달 정도가 지났다. 전국 최고의 이혼율로 가정 해체 현상이 심각하고, 이에 따른 청소년들의 방황과 비행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지역 상황에서, 인천가정법원은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묘수를 고민 중이다.

이혼은 가정 해체 현상으로 파생되는 사회 문제, 지금이라도 관리해야

지난해 인천지역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조이혼율)는 2.5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과 2014년 같은 조사에서도 각 2.6건을 기록해 3년 연속 전국 최고의 조이혼율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2015년 전국 평균 조이혼율은 2.1건으로, 인천 다음으로 제주(2.4건), 강원·충남(2.3건), 경기·충북·경남(2.2건) 순으로 집계됐다.

유독 인천만 이혼율이 높은 것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제성장률이나 유동인구 유입 등을 고려한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 결혼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20·30대의 결혼 기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인천에서 극심한 가정 해체 현상에서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이다. 부모의 다툼과 갈라섬 속에서 청소년들은 방치되고 작은 유혹에도 쉽게 탈선하기 시작한다. 인천지역 청소년 1000명당 범죄 발생건수는 지난 2010년 15.28건에서 2013년 17.03건까지 증가했다.

인천가정법원 전 가사소송 등을 담당해왔던 인천지법에 작년 한해 소년사건과 협의이혼이 각각 3973건과 9079건이 접수됐다. 현재 2000여건의 사건이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청소년 범죄사건도 한해 3000~4000여건에 달하고 있어 관련 전문성을 갖춘 가정법원이 시급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돼 왔다.

안영길 인천가정법원장은 초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최근 인천에 가정 해체 현상이 늘고, 그에 따른 청소년들의 방황과 비행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인천가정법원은 가정을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종합적으로 해결하고 후견, 복지 기능까지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사사건은 가정법원에서

가사소송법에 의하면 가사사건은 가정법원에서 재판해야 한다. 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가정법원이 설치될 때까지 해당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가사사건은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법조인들의 말이다.

지난 3월1일부터 같은 해 5월31일까지 두 달 동안 인천가정법원에 접수된 1심 가사소송사건은 779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1심 가사비송사건은 1075건이며 소년보호사건은 717건이다. 인천은 이혼율 및 청소년 비행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아 벌써부터 업무량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인천가정법원 소속 전문가사조사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인천가정법원 시대가 열리며 인천지법 내 가사 조사관 수는 7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가사 조사관은 이혼·소년사건 당사자가 법정에 서기 전 심층 면접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혼 선택 전 부부의 대화를 유도하고, 이혼을 할 경우 최대한 부모와 아이가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주는 일을 맡고 있다고 풀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덕분에 이혼소송 과정에서 부부가 화해에 성공해 소송을 취하한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5살 딸을 둔 동갑내기 부부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게 대표적인 예다. 부인은 남편과의 성격 차이, 외도 등을 이유를 들어 이혼을 요구했고, 남편 또한 부인의 지나친 간섭을 참을 수 없다며 이혼에 동의했다. 다만 딸의 양육권을 놓고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아 이 부분의 해결이 힘든 상황이었다.

조사관은 당사자들을 앉혀 놓고 원만한 양육권 협의를 위한 교육상담에 더해 부부상담을 진행했다. 부부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관계회복을 위한 방법을 찾았다. 결국 이 부부는 자녀를 위해 재결합 의지를 보이며 소송을 취하했다.

인천가정법원 관계자는 "조사관은 이혼뿐만 아니라 가사, 소년보호, 가정보호, 아동보호 등 각종 사건의 내면에 숨겨진 원인까지 파악하는 인간 관계학적 접근을 통해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과 원활한 재판과정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영길 신임 가정법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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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길 신임 인천가정법원장

"심화부모교육·부부집단상담가족구성원 관계회복에 주력"

"가정법원, 앞으로 지역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겠다."

안영길 신임 인천가정법원장이 주력하는 부분 중 하나도 지역 협력을 통한 이혼율, 청소년 비행 낮추기다.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관련 행정 기관, 상담, 복지 기관들이 함께 노력하면 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 법원장은 "대부분의 이혼은 협의이혼 절차로 진행되는데 인천가정법원에서는 협의이혼 절차 과정에서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당사자가 이혼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부부상담, 부모교육 등 후견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재판상 이혼 절차에서도 부부 중 한 명이 이혼을 원하지 않을 때 다양한 후견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 회복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소송 과정이나 이혼에까지 이른 후에 시행되는 후견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안 법원장은 "인천가정법원이 개원하기 전에 인천지방법원에서 실시했던 부부 1박2일 캠프 등 후견 프로그램을 잘 계승해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인천가정법원에서는 개원 후 조정위원, 가사상담위원, 소년보호시설 관계자 등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 차례 간담회를 열고, 외부기관(천리포수목원, 양육비이행관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후견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이혼 절차에서 실시되는 후견 프로그램에는 '심화부모교육'과 '부부집단상담'이 있다. 각각 4시간씩 진행되며, '나의 자녀를 위한 부모코칭 : 협력적인 부모되기'나 '부부갈등 원인 파악 및 긍정적인 의사소통 방법 습득' 등 부부 관계 회복은 물론 자녀의 자기 존중감 구축을 위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재판이혼 절차에서 실시되는 후견 프로그램으로는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비양육친과 자녀 캠프'가 대표적이다.

이어 "소년보호사건으로 보호처분을 받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문화축제를 오는 11월 열어 합창 공연 등을 통해 성취감이나 자부심 등을 심어주려는 계획도 있다"며 "소년보호시설 청소년이 400명 넘게 참가하는 큰 규모인 행사인 만큼, 시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