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수원시사 지역사 편찬 조명
▲ 경기도사


시사편찬 기초 된 '경기도사'
최초로 단순나열방식서술 탈피
주제별 자료집 발간 … 전환시도

지역사 2000년이후 변화 활발
흐름따라 세분화한 '수원시사'
사회운동·이주민정착 등 주목

편찬위조례 폐지 … 명맥 끊겨
박물관·황토사료관 유기 협업
훗날 역사 될 '오늘' 기록해야

지역사는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사회의 시대별 기록이며, 변화양상을 파악하는 근거가 된다. 또, 지역의 미래를 예측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지역사 연구가 태동한 곳으로 경기도사를 비롯 31개 시·군의 지역사 발간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사는 31개 시·군의 상호관계성과 상대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군의 역사와는 차별화된 독자적 역할을 가진다. 특히, 지역별 특성이 강한 도내 각 시·군을 하나로 묶어낼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막중한 기능을 맡고 있다.

경기도는 1953년 '경기도지' 발간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세차례 도사를 편찬했으며, 2007년 11월 의왕시가 시사를 발간하면서 도내 모든 시·군이 지역사를 편찬하게 됐다. 시·군의 지역사는 1977년 김포군지를 시작으로 본격화돼 90년대까지 절정을 이뤘다.

1995년 경기도사 편찬 10개년 계획 수립을 계기로 시·군의 지역사 편찬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 2000년이후 지역사 재 편찬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1996년 시로 승격한 이천시가 1997년 12월 시사 편찬에 착수해 2002년 3월 총 7권 분량으로 발간했고, 이어 부천시(2002), 용인시(2006), 과천시(2007), 의왕시(2007), 시흥시(2007), 안양시(2008), 광주시(2010), 군포시(2010), 안산시(2011), 의정부시(2014), 성남시(2014), 수원시(201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와 지역문화원이 주도하는 지역사 편찬뿐아니라 민간단체나 전문연구가들에 의한 간행물도 속속 발간돼 지역사 연구의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 지역에서 세분화된 마을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마을지(誌) 편찬까지 줄을 잇고 있다.

지역사 태동한 경기도 … 명맥 끊길까 우려

해방 후 경기도의 지역자료가 수집되고 지역사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53년으로 보고 있다. 광역시·도 최초로 경기도가 경기도지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찬에 착수, 1957년 3권 분량의 '경기도지'를 간행했기 때문이다.

첫 지역사인 '경기도지'에는 전쟁의 피해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던 당시 현황과 삶의 모습이 담겼다.

이처럼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경기도지를 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시대에 다양한 학파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많은 학자가 경기도에서 태어나 활동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이후 20년 뒤인 1977년 5월 '경기도 도사편찬위원회 조례'를 제정하는 등 경기도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이런 노력들은 그동안 역사 나열식 방식이었던 '경기도지'가 통찰적인 역사관에 의해 '경기도사'를 편찬하는 원동력이 됐다.

1979년 경기도사 1권과, 1982년 제2권은 단순 나열식 서술방식을 벗어난 최초의 경기도사로서 여러 시·군의 시사편찬의 기초가 됐다.

이어 1995년 편찬 10개년 계획을 수립한 경기도는 2006년 경기도사 1~8권 발간을 마무리했다. 이 시기는 연대기별 서술과 단편 주제별 기록이 혼합된 과도기적 성격을 띄었다. 이후 경기도사는 2009년 제9권 발간을 비롯 주제별 자료집을 잇따라 발간하면서 '주제별로 특성화된 지역사'로의 전환이 시도됐다.

연도별로는 2002년 제1권(선사시대)을 시작으로 2003년 제2권(고대)·제4권(조선전기), 2004년 제3권(고려)·제5권(조선후기)·제6권(한말), 2005년 제8권(해방시기), 2006년 제7권(일제강점기), 2009년 제9권(현대) 등의 순으로 발간됐다.

첫 지역사인 '경기도지' 발간 이후 현재까지 모두 35종 57권을 편찬했다. 특히, 경기도사편찬 10개년 계획을 마련했던 1995년 이후 지역사 연구와 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경기도사 편찬이 종료된 2009년 이후 약 2년간 한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기도 도사 편찬위원회 조례'가 폐지되면서 경기도의 지역사 연구는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조례가 폐지되면서 편찬위원회 활동이 중단되고 관련 업무는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로 일부 이관됐으나, 지역사 관련 자료 수집과 연구는 물론 간행물 발간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70년대부터 시·군 지역사 편찬 본격화

▲ 안양시사

지역사 연구가 본격화 된 70년대부터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열의가 높은 향토사학자와 전공학자들에 의해 연구단체가 결성되고 지방정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도내 시·군에서도 지역사 편찬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지역사 연구의 초기단계에서는 지역 역사와 문화유산의 계승·보존·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각 시·군과 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편찬해 온 지역사는 1997년 김포군지, 양주군지를 시작으로, 80년대에는 성남시사(1982), 의정부 시정 20년사(1983), 포천군지(1984년), 이천군지(1984), 파주군사(1984), 평택군지(1985), 수원시사(1986), 고양군지(1987), 연천군지(1987), 남양주군지(1988), 동두천향토지(1988), 부천시사(1988), 시흥군지(1988), 여주군지(1989), 자료집 남한지(광주, 1989) 등이 발간됐다.

90년대에는 용인군지(1990), 내고장 안산(1990), 화성군사(1990), 광주군지(1990), 안성군지(1990), 안양시지(1992), 광명시지(1993), 과천향토사(1994), 의정부시정 30년사(1994), 파주군지(1995), 시흥의 문화재와 유적 등(1995), 이천독립운동사(1996) 등이 발간됐다.

지역사 편찬이 진일보한 2000년대 이후에는 지역사의 분량뿐 아니라 기술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4권 남짓하던 분량이 8~10권 분량으로 늘어나고 행정자료에 의존해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던 방식이 전문가들의 활발한 참여와 함께 주제별로 특성화된 역사들이 기록되기 시작했다.

지역사 편찬 새 모델 2014년판 '수원시사'

▲ 수원시사

수원시는 1987년 처음으로 '수원시사'를 발간하고, 10년 후인 1996~97년 '신판 수원시사, 역사 속의 수원'을 4권(상·중·하·부록) 분량으로 발간했다.

이 시기는 전국적으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열의로 지역사 발간이 줄을 이었으나 연대기에 따라 나열식으로 기술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두 번에 걸쳐 발간된 수원시사도 이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수원시는 2009년 4월부터 세 번째 시사 편찬에 착수해 2014년 6월 20권에 달하는 수원시사를 발간했다. 이 시사는 4~10권 분량이었던 기존 시사의 틀을 깬 방대한 분량인데다 구성도 주제별로 세분화된 내용을 담아 지역사 편찬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급변하는 지역사회의 흐름에 따라 수원지역의 사회운동, 이주민의 정착과정, 아파트 주민의 생활과 문화 등을 반영한 점도 주목받았다.

총 20권 분량인 수원시사는 제1~10권은 수원시의 지리적 환경과 공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교육 등을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제11~15권은 수원시민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토박이, 이주민, 여성, 노동자, 아파트 주민 등 특성화된 주제를 선정해 기록했다. 제16권은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답사기 형식으로 구성했고, 제17권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다뤘다.

제18~20권은 수원시사 편찬과정에서 조사된 문서와 사진 자료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18권에서는 수원지역 문중에서 소장하고 있는 옛 문서를, 19권에서는 1960~70년대 사진자료를 통해 수원의 변화를 살폈다. 20권에서는 수원시사 편찬과정에서 조사된 주요 근·현대 문서의 목록과 해제를 수록했다.

지역사 연구 활성화를 위해 남겨진 과제

경기도의 도사 편찬위원회 조례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도사 편찬을 위한 지역사 연구와 자료 수집이 중단됐다. 광역시도중 가장 선도적으로 지역사를 연구하고 지역사를 편찬해 온 경기도의 명맥이 끊긴 것이다.

간행물 편찬이 마무리됐다고해서 편찬위원회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님에도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조례를 폐지한 것은 잘못이다. 무엇보다 시·군 지역사 편찬의 토대가 돼 온 경기도사 편찬 활동이 중단되면서 시·군의 지역사 편찬사업마저 위축될지 우려된다.

경기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주제별 간행물의 다양화와 구술사 사료집 및 경기도의 역사도시경관 기록사업 등의 후속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최근 시군 지역사 편찬이 기존의 틀을 깨고 진일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지역간의 상호연관성과 상대적 특성을 연계하는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기도는 폐지된 조례를 다시 제정하고, 경기도사 편찬을 위한 상설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또, 도내 각 시·군도 편찬위원회의 상설화를 통해 상시적인 지역사 연구와 자료 수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간행물 편찬을 위해 급조된 기구로는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담을 수 없을뿐아니라 지난 연구성과들도 축적될 수 없다.

이와 함께, 박물관이나 향토사료관 등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훗날 역사가 될 현재를 기록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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