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기획 - 경기 돋보기]
기존 官 주도 편찬서 전문성 결여·기관장 치적 쌓기 활용 '사료가치 부족'
지자체, 역사 주체로 '지역공동체' 부각…'民의 눈' 반영 새롭게 써내려가

중앙사(中央史)의 변방으로 취급받았던 지역사(地域史)가 자기 자리를 찾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정착과 함께 지역민이 역사의 주체로 나서면서 민(民)의 눈으로 지역공동체가 지나온 자취를 기록하기 시작한데 따른 변화다. <관련기사 9면>

그동안 지역의 역사는 애향심 고취가 목적이었던 향토사(鄕土史)와 중앙의 관점에서 연구돼 온 지방사(地方史)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향토사는 지역민에 의해 기록된 자료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해 역사로 인정받기는 어렵고, 역사 학자들에 의해 기록된 지방사는 지역과는 분리된 표피적 기록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지역사 연구의 태동 시기인 해방이후부터 90년대까지 경기도는 1953년 광역단위로는 최초로 '경기도지'를 편찬해 지역사 연구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1979~82년 경기도사 제1·2권을 편찬했다.

각 시·군도 '김포군지'(1977)를 시작으로 '성남시사'(1982), '수원시사'(1986), '연천군지'(1987), '시흥군지 상·하'(1988), '용인군지'(1990), '화성군사'(1990), '안양시지'(1992), '의정부시정 30년사 상·하'(1994), '파주군지 상·중·하'(1995) 등을 발간했다.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이 시기는 지역사 편찬의 절정기라고 불릴 만큼 매우 활발했으나, 부실한 자료 수집과 연대기 순으로 단순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의 전면 시행에 따라 지역사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됐다. 행정관서에서 생산한 통계나 자료에 의존했던 차원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지역 조사와 자료 발굴에 나서는가 하면 지역민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는 1995년 경기도사 편찬 10개년 계획을 수립, 2009년까지 총 35종 57권의 '경기도사', '경기도사 자료집', '경기도사 연구총서'를 발간했다. 경기도사의 이같은 변화는 여러 시·군의 시사 편찬에도 영향을 끼쳐 지역사 연구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됐다.

한편, 지난 2007년 도내 31개 시·군 중 의왕시가 마지막으로 시사를 발간함으로써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모두 지역사를 편찬하게 됐다. 24개 시·군은 편찬위원회 관련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상설기구로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관이 주도해 온 지역사 편찬

사(史) 혹은 지(誌) 등의 이름으로 발간돼 온 지역사는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 문화원을 주축으로 구성한 편찬위원회가 실무를 맡았다.

도내 각 지자체는 대개 10년 길게는 30년 주기로 지역사를 발간하고 있으며, 계획 수립과 자료 수집, 집필, 초고 공람 등에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편찬된 각 시·군의 지역사는 4권 내외의 분량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지리 등의 변화와 흐름을 주로 담았다.

하지만, 관이 주도해 온 지역사 편찬은 기본적인 조사기간과 지역사로서 갖춰야 할 보편적인 체제, 내용, 편찬 방향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수렴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기관장 재임 중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비전문가인 담당 공무원이 지역사 내용 구성이나 집필 등에 개입하면서 새로운 사료에 대한 충분한 탐색이나 연구가 반영되지 않고, 사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의례적인 내용을 담아 서둘러 발간하는 사례도 허다했다.

민의 눈으로 기록되는 지역사

지방자치제 전면 시행에 따라 지역이 역사의 주체로 부각되면서 지역사도 한단계 진일보 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의 관점에서 지역공동체의 역사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과 지역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문가의 참여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요인이다.

2007년 2월 10권으로 발간된 시흥시사는 기존 구성의 틀을 깨고 농촌과 어촌, 시흥공단에서 일하는 시흥사람들의 기록을 비중있게 다뤘다. 특히, 시흥사람들의 구술생애사는 시흥역사에 대한 미시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어 수원시는 2014년 6월, 20권에 달하는 수원시사(水原市史)를 발간하면서 지역사 편찬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5년여에 걸쳐 200여명이 집필에 참여한 수원시사는 수원의 역사적 변화과정과 지역적 정체성을 정립하는 수원역사총서로써 토박이, 이주민, 여성, 노동자, 아파트 주민 등 다양한 시민의 삶을 담았다. 또,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등 지역의 중요한 현대사를 다룬 점도 눈에 띈다.

같은해에 발간한 성남 40년사, 의정부시사 등도 이전과는 차별화 된 내용들로 구성됐다.

또 안양시, 화성시 등도 이같은 변화에 따라 시사 편찬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편찬위원회를 구성한 화성시는 2019년까지 30권(1차 10권, 2차 20권) 분량의 시사를 편찬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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