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인천 편집장


"부웅∼" 지난주 시내 한 복합상영관 티켓박스 앞에 잠시 서 있는데 갑자기 뱃고동이 크게 울렸다. 소리가 난 곳은 티켓박스 옆 스낵바였다. '뱃고동 소리가 울리면 갓 튀긴 팝콘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인천유나이티드FC의 승리를 기원하며 시작한 작은 이벤트였다. 도심 빌딩 안에서 느닷없이 접한 뱃고동은 잠시나마 향수에 빠지게 했다. 내가 어렸을 적 인천항은 인천역 뒤쪽에 있었다. 부두에서 송현동 집 까지는 꽤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뱃고동이 가끔 선명하게 들렸다. 당시에는 음파를 방해할 말한 높은 건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비가 내릴 듯 말 듯 한 날엔 유난히 뱃고동 소리가 자주 들렸다. 아침녘 비몽사몽 잠자리에서 듣는 뱃고동은 어린 마음이었지만 바다 너머 미지의 세계를 꿈꾸게 했다.

올 초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기획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뱃고동 소리' 기획안을 접한 적이 있다. 당시 협회 사무처장이었던 김애란 씨는 지역사랑 운동의 일환으로 뱃고동 소리를 보급하자는 것을 처음 제안하고 사업 기획에 열정을 보였다. SK야구장과 인천유나이티드축구장에 갇혀 있는 '인천의 소리' 뱃고동을 운동장 밖으로 끄집어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인천시민의 날(10월15일)마다 인천항에 정박한 배들이 일제히 축하 뱃고동을 울리게 하는 것을 비롯해 학교 종소리, 핸드폰컬러링 등 다양하게 뱃고동을 확산시키는 기획이 그의 파일에 담겨 있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뱃고동을 관광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연안부두와 월미도에 전화 부스 같은 것을 설치해 관광객들이 그 안에서 다양한 뱃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었다. 디지털 홍수 속에 아날로그 감성을 깨우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였다.

이참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축제 현장에서도 타종 소리 대신 뱃고동을 울려보면 어떨까. 서로의 안녕과 풍요,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하는 인천사람만의 장엄한 의식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이렇듯 뱃고동이 우리 생활 속에 친숙하게 자리 잡으면 시민들의 인천 사랑도 팝콘 터지듯 흥겹고 달콤하게 마구 터질 것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