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희열 즐기는 '무대체질'...'감동의 몸짓' 꿈꾸다


무대에 오르기 전 짜릿한 긴장과 공연을 마친 후 느끼는 희열이 가장 좋았던 소녀. 지난 9일 열린 '제1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국내 예선 통과를 거머쥔 현대무용 유망주 오다연 양(인천해송고·1년)의 이야기다.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회로 전국 각지뿐 아니라 세계에서 모여드는 자리다. 다섯 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한 다연 양은 일반고에 진학해 학업과 무용을 병행하고 있다. 무용에 대한 애정만큼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평범한 학창시절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365일 중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거의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무용에 매진하고 있는 다연 양을 만났다.

아버지 권유로 시작 … 각종 대회 두각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국내 예선 통과
"첫 출전서 예상치 못한 결과 내 뿌듯"


다섯 살 어린 소녀 무용에 입문

다연 양이 무용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아버지 오영록 씨의 권유 때문이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을 가진 집안 내력으로 인해 딸에게 어렸을 때부터 몸매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취미로 무용을 하게 했다. 전공으로 시킬 생각은 없었으나 콩쿠르와 공연에 나가 두각을 나타냈고 스스로 무용의 길을 걷겠다고 선택한 것은 다연 양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을 거예요. 아빠는 이제 무용을 그만하라 하셨고 저는 오히려 여태까지 무용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어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한창 뛰어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용학원에 살다시피 했던 다연 양을 진작 알아봤어야 했다. 자발적으로 연습을 멈추지 않았고 어쩌다 오르게 된 무대에서 단 한순간도 긴장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대체질'이었던 다연 양의 실력은 대회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국제무용콩쿠르 그랑프리', 'SAC 전국 무용 경연 대회 금상', '한양대학교 전국 중·고등학생 무용경연대회 2년 연속 수상', '수원대학교 무용 콩쿠르 금상'. 지난 9일 무용계 최고 권위 대회인 '제 1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예선을 통과한 것이 가장 의미가 깊다.

"보통 3월부터 콩쿠르 시즌이 다가오기 때문에 그전에 미리 어느 대회에 나갈지 계획을 세워요. 선생님께서 이제 고등학생이 됐으니 올해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 나가보자 하셨고 처음 나간 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서 뿌듯했어요."

작품 하나를 정해 연습을 시작하면 온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몰두한다. 목표를 향해 지치지 않고 달리는 딸의 모습을 바라봐야만 하는 다연 양의 부모님은 마음이 찡하다.

"부모님은 힘들고 지치면 언제든지 먼저 얘기하라고 하세요. 무용을 하는 것이 항상 즐겁다면 거짓말이겠죠. 연습이 너무 혹독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특히 무용가에게 필수인 식단 조절은 너무 어려워요. 그래도 제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콩쿠르와 대회 수상 결과는 다연 양에게 무용을 하게 되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서울국제콩쿠르 본선을 준비하는 것이 지금의 가장 큰 목표다.

"무용만 잘하는 무용가 보다는 공부도 잘하고 싶어" 일반고 진학
추석 연휴 빼고 매일 구슬땀 … "레슨·연습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 현대무용 유망주 인천해송고 '오다연'양. /사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쉽지 않은 학업과 무용의 병행

무용과 학업을 병행하기는 어렵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서울까지 레슨을 다녀와 독서실로 향해 밤을 지새우는 것이 다연 양의 일상이다.

"무용을 전공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당연히 예술고를 가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와 동아리 활동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무용만 잘하는 무용가가 되기보다는 공부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죠."

주변에서는 좀 더 전문적으로 무용을 배울 수 있는 예술고에 진학하라고 했지만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했다. 이번에도 역시 다연 양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준 것은 부모님이었다.

"제 의지를 먼저 강하게 표현해도 늘 반대하지 않고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해요."

상위권의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고에서 댄스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다연 양은 행복하다. 무용 외에도 여러 분야의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가야 해요. 지치고 피곤하지만 무용을 시작한 순간부터 하루도 레슨과 연습은 빼놓지 않고 있어요."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은 꼭 지켜내는 노력이 지금의 다연 양을 있게 한 셈이다.

"처음 무용 접하는 사람도 이해하는 섬세한 춤 목표 … 평생 멋진 무용가 삶 살고파"

손짓 하나도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무용가를 향한 꿈

"예전에 국제콩쿠르대회 오프닝 공연에서 70세가 넘으신 분의 현대무용을 봤는데 소름이 돋고 멋있다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무대였어요. 대한민국을 주제로 춤을 추시는데 연륜이 묻어 나오는 몸짓과 손짓에 큰 감동을 받았죠."

평생 '무용가 오다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지 않다는 다연 양은 나이가 들어서도 멋진 무용가의 삶을 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처음 무용을 접하는 사람도 무엇을 표현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춤을 추는 것이 제 목표에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언젠가는 춤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무용가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더욱 노력해야겠죠. 앞으로도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열심히 해내고 싶어요."


/글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