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국토교통부와 용역사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공항 입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부산 가덕도와 경북 밀양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치열하게 경쟁한 뒤 나온 결과여서 후폭풍이 만만찮은가 보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동남권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를 수습하느라 안간힘을 쏟는 형국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의 신공항이다. 말하자면 김해공항 신공항이 동남권신공항이 되는 것은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라며 "저희 입장에선 (공약을) 피하지 않았고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선거용으로, 지난 10년을 돌고 돌던 동남권신공항 건설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온 거다. 그간 벙어리 냉가슴만 앓던 대한민국의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앞으로 어찌해야 할까.

영남권 또는 남부권신공항으로 불리는 동남권신공항 사업의 첫 출발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도시기본계획에 '김해공항'의 대안으로 제기됐고,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이 건의된데 따른 거다. 이어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이슈가 됐고 이명박 당시 후보가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약한다. 결국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 백지화를 공식 발표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또다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꺼내든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지었다.

표몰이로 쓴 카드가 영남권을 양분함은 물론 수도권 민심마저 이반할 걸 걱정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신공항 건설비용이 전액 국비인 가운데 최소 5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까지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경북연구원과 부산발전연구원은 고용 유발효과 16∼26만 명, 생산 유발효과 12∼17조원, 임금 유발효과 연간 2∼3조원 등으로 추정한다. 영남에겐 달콤한 유혹이다.

문제는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키운다는 정책에 반한다는데 있다. 혈세낭비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국제선은 인천국제공항으로, 국내선은 김포공항으로 역할 분담하던 항공정책도 지난 정권에서 '지방공항 육성'이란 미명 아래 파기한지 오래다. 오히려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적 경쟁력이 있으니 외국에 팔아먹어야 한다고 나서지 않았나. 3단계 사업부터는 아예 정부 지원 0%를 선언하고 말았다.

경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는 이상 망국의 길이 따로 없다. 최근 공항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통과·물류 기능뿐만 아니라 공항지역에 항공제조 관련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거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배후단지 개발 지연, 항공정비 인프라 부재 등으로 가까운 중국 등 국외 공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여객이 세계 10위이고 화물이 세계 2위여서 일찌감치 MRO(항공정비 /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단지가 조성됐어야 함에도 정치논리 때문에 우선순위에 올릴 수조차 없었다.

이제 공항의 역할이 Aerotropolis(공항을 중심으로 경제, 인프라 등이 배치·설계된 도시)로 변하고, 저비용 항공 증가에 따른 항공교통 대중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인천국제공항이 항공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동북아 허브 전략을 더욱 강화할 때란 거다. '분산'이란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도시 간 경쟁시대를 열어야 한다. 인천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