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그만 생선을 구우면서 젓가락으로 너무 뒤적거리면 살이 뭉개지고, 마냥 놔두면 곧바로 타버려 쓸모 없어진다. 그만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늘 조심스럽고 어렵다는 얘기다. 지도자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덕목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같은 권역에 있는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10년간 지속된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쟁이 싱겁게 막을 내린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 때 처음 불거진 사안이다. 이후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져 타당성 및 입지조사까지 마쳤으나, 경제성이 낮아 백지화됐다. 그러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영남권 표를 의식한 약속이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동안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신공항 부지선정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펼쳐왔다. 밀양은 영남권 주요 5개 도시에서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접근성과 경제성을, 가덕도는 24시간 공항 운영이 가능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 후보지가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묘하게 결론이 났다.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비용을 줄인 판단이라는 측면에서는 평가받을 수 있지만,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지는 못한게 현실이다. 김해공항 확장은 처음부터 거론됐었다는 점에서 시간·비용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언젠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영남권 표를 의식한 후보들이 또다시 공약으로 내걸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지역표 만을 의식한 나쁜 공약 사례로 두고두고 남게 됐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을 경우 무턱대고 구매부터 하고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변에 대체가능 한 것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이도저도 마땅치 않으면 새것을 구입하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이같은 상식을 깼다. 무조건 새 물건을 사고 보자는 식이었다가, 나중에 주변 물건을 새로 고쳐 쓰기로 슬쩍 발뺌 한 경우다. 대권을 움켜쥐는 것 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 했으면 이같은 소모전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작은 생선을 정성스레 굽듯 나라를 소중하게 다루는 리더쉽이 아쉽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