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상상력 발휘한 소셜 픽션...두가지 미래 헬조선·웰조선 그려
▲ <말과 칼> 정욱식 지음 유리창 272쪽, 1만4000원

남북문제,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정보는 미국과 남한의 정보기관이 독점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이 중차대한 문제를 선거를 비롯한 국내 정치적 용도로 이용하고 그 결과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곤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으로 남북 화해와 공존의 길이 열렸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갈등과 전쟁위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핵실험 등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 남한 정부의 대응책이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국가와 남한 정부는 오로지 대북제재 및 경제봉쇄를 통해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어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정책을 70년간 펴 왔다. 그 결과 북한은 돈이 많이 드는 재래식 군비경쟁을 포기하고 핵개발에만 몰두, 2016년 5월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다.

북한은 현재 2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의 재앙이다. 정부여당에서는 사드를 배치하고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한 핵무장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하는가.

소셜픽션(social fiction) <말과 칼>(유리창·272쪽)은 두 가지 한반도의 미래를 상정하고, 팩트와 상상력으로 '헬조선'과 '웰조선'을 그려낸 책이다.

1989년 고르바초프와 부시는 몰타에서 냉전종식을 선언했다. 2016년 남북한은 여전히 휴전 중이고 늘 전쟁위기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전술핵 재도입 주장 등을 통해 북한과 대결을 선택했다. '핵 대 핵'으로 맞서자는 것.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무력화시켰고, 124개 입주업체와 협력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하여 실업자가 1만명이 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안보위기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핵문제에 대해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 얘기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남한은 대화 상대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꽃놀이패로만 인식, 한국과 일본 MD를 강화해 동북아에서 군사적 우위를 지키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도구로 쓴다.

한반도문제에서 한국 정부는 제3자가 된 느낌이다.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에만 열을 올리면서 정작 그로 인한 경제위기는 중국 탓, 북한 탓만 하면서 나 몰라라 한다. 한국 정부의 모든 주장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답이라고 하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어떤 대화도 하지 않는다. 먼저 북한이 핵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장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방어용이라고 주장한다.

핵문제는 한반도의 현재적, 실존적 위협이다. 한국과 미국, 서방국가, 유엔안보리는 북한 경제봉쇄 등 제재를 통해 핵개발에 대한 자금줄을 끊겠다고 공언해왔고, 그 결과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었다. 어찌된 일인가? 경제난으로 경제개발과 군비증강을 포기한 대신 오로지 핵개발에만 몰두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경제는 최악이 되었지만, 핵 보유국가로 이름을 올리고 남한과 미국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사시 핵 피해는 오로지 남북을 합친 한반도주민의 몫이다.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치중인 한국 정부는 전시작전권도 미국에 맡기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반환을 약속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 한시적으로 미뤘다가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필요 없다는 태도다. 해방 이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한국의 안보를 미국에게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이 아니라 미국을 주적으로 상정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이 책은 이런 상황을 가슴 아프게 인식하고 북한과 대결할 것이냐, 대화할 것이냐를 고심하여 두 가지 미래를 결론으로 내놓는다. '헬조선'이거나 '웰조선'이거나. 그리고 그 선택은 오로지 국민의 몫임을 분명하게 한다. 2017년 대선 결과에 따라 남북문제, 북핵문제 해법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 그렇다고 이 책이 한미동맹을 깨고 주한미군을 철수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한미관계, 남북관계를 분리해서 보자는 것.

통일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가면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해 말길에 오른 대통령이 있었다. 물론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의 대박 사건이다. 그러나 통일은 하루아침에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북진통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김정은 정권이 '핵을 내려놓을 테니 통일합시다' 할 리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답을 생각해본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의 반은 팩트이고 반은 픽션이다. 워낙 국민들이 남북문제, 북핵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을 썼다. 그러나 그 상상력은 상상이 아니라 해법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대결 국면으로 끌고 가면 한반도의 미래가 어떻게 되는지 밝혔고(헬조선편),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을 설득하면서 대화 국면으로 끌고 가면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웰조선편)를 소상하게 밝혔다. 그리고 그 해법은 국민 뜻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부제 '두 가지 한국에 관한 정치적 상상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한반도의 두 가지 미래를 상상한다. 소설픽션이다. 한 가지 주제, 북핵문제를 가지고 두 가지 이야기를 하려니 궁여지책으로 앞뒤로 읽을 수 있게 편집했다.

'헬조선편'의 주인공과 '웰조선편'의 주인공 이름은 고려와 조선에서 외교적인 담판으로 이름을 날린 인물과 강대국 사대를 주장한 역사 인물에서 패러디했다. 이 책의 결론은 분명하다. 어떤 리더십을 가진 정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 그러니까 한반도의 미래는 국민에게 달려 있다는 것.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정욱식 지음, 1만4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